'화이트칼라'범죄 형량 대폭 상향
| [ 2009-02-09 ] |
| '화이트칼라'범죄 형량 대폭 상향 |
| 양형위원회, 대기업 총수 횡령·배임죄 執猶가능 범위 축소 |
'유전무죄 무전유죄'라는 비판을 받아온 횡령·배임죄 등의 화이트칼라범죄에 대한 형량이 대폭 상향됐다. 또한 대기업총수에게 면죄부와도 같았던 집행유예 가능범위도 최소한으로 축소됐다.
양형위원회가 6일 공개한 횡령·배임죄, 강도, 위증·무고죄의 양형기준안이 적용되면 앞으로 이들 범죄에 대한 형량이 과거에 비해 대폭 높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대법원 양형위원회(위원장 김석수 전 국무총리)는 이날 서울법원종합청사 형사대법정에서 법조인들과 교수 등이 참석한 가운데 '제2차 공청회'를 열고 배임·횡령죄, 강도죄, 위증·무고죄에 대한 양형기준을 공개했다.
이에따라 제1기 양형위원회가 목표로 한 살인, 뇌물, 성범죄, 횡령·배임죄, 강도, 위증·무고죄 등 8개 범죄에 대한 양형기준안이 모두 공개됐다.
◇ 횡령·배임죄= 횡령이나 배임의 경우 범죄의 특성상 금품 또는 돈으로 환산될 수 있는 기술 등의 유출행위가 범죄의 주된 형태인 만큼 행위자가 얻게되는 이득액을 기준으로 양형기준을 마련했다. 양형위는 크게 처단형을 1~5유형으로 구분하고 기본/감경/가중사유에 따라 다시 세분화해 총 15개의 처단형을 설정했다.
특히 이번 양형기준의 특징은 처단형의 상향에 따른 집행유예 가능범위의 축소에 있다. 이는 화이트칼라 범죄 및 기업범죄에 대한 처벌이 솜방망이라는 국민 법감정이 반영된 결과로 해석된다. 양형기준안에 따르면 이득액이 '50억원 이상~300억원 미만'인 제4유형의 경우 기본형을 4~7년으로 정해 집행유예 선고자체가 불가능하도록 했다.
만약 A가 자신이 20년 동안 근무하고 있던 회사의 자금 담당자들과 공모해 계획을 짜고 한국은행의 지불준비금 53억을 자기 명의로 계좌이체한 뒤 아들 유학비나 채무변제 등으로 사용했다고 가정해 보자. A씨가 횡령한 액수는 사용금액과 관계없이 50억 이상이므로 우선 4유형에 해당한다. 다음으로 치밀하게 계획을 세우고 직원들과 공모한 점이 인정돼 특별양형인자의 행위적 요소중 가중요소인 '범행수법이 매우 불량한 경우'에 해당하므로 제4유형 중 가중영역으로 이동한다. 따라서 A씨가 받을 수 있는 형량은 징역5~8년으로 정해진다. 종전에는 이같은 경우 보통 징역3년6월 정도가 선고돼 왔으므로 상당히 상향된 셈이다. 또한 집행유예가 가능한 '3년 이하의 징역형' 이상의 양형범위에 해당해 집행유예를 기대할 수도 없다.
◇ 강도죄= 강도죄는 단순히 금품을 훔치는 것 뿐만이 아니라 폭행 또는 협박 등이 우선되는 만큼 범행수법과 범행의 결과 등을 기준으로 범죄유형을 구분했다. 따라서 강도죄의 경우 일반강도와 특수강도로 이원화한 뒤 기본/감경/가중사유에 따라 3유형으로 구분했다.
만약 여성 혼자 늦게까지 운영하는 동네 약국을 눈여겨 봐 오던 B씨가 저녁8시 무렵 평소 가지고 있던 사냥용 총을 이용해 그 여성을 위협, 200만원을 뺏았다면 B씨는 범행에 취약한 피해자를 상대로 총기를 사용한 점이 특별양형인자의 가중요소에 해당돼 특수강도의 가중형인 5~8년이 선고된다. 만일 B씨가 과거 이와 유사한 전과가 있다면 형량범위의 상한과 하한을 1.5배까지 가중시킬 수 있어 7년6월~12년까지도 형량이 정해질 수 있게 된다. 양형위는 이와 함께 상해 및 사망의 결과가 발생한 경우 및 상습·누범에 대해서도 따로 양형기준을 마련해 보다 높은 형이 선고되도록 했다.
◇ 위증·무고죄= 공판중심주의 강화에 따라 위증·무고에 대한 사법부의 판단이 보다 엄격해지고 있는 경향에 맞춰 이번 양형기준안 또한 기존의 형량에 비해 대폭 상향조정됐다. 따라서 위증의 경우 최대 징역4년을, 무고의 경우 최대 징역6년까지도 선고받을 수 있게 됐다. 위증은 일반위증과 상대방을 형사처벌 받게 할 의도로 하는 '모해위증'으로 나누고, 무고 또한 일반무고와 상대방이 특가법에 해당되는 범죄를 저질렀다고 허위사실을 신고하는 특가법상의 무고로 나눴다.
위증의 경우에는 재판결과에 영향을 미쳤는지 여부가 주요한 판단기준이 된다. 위증을 했지만 재판결과에 큰 영향을 미치지 못하거나 증언에 신뢰성이 떨어지는 경우에는 형이 기본형에서 감경되지만 만일 위증으로 인해 상대방의 신병이나 재판결과에 영향을 미쳤을 경우에는 형이 가중된다. 양형위는 국회에서 한 증언이나 감정 등의 위증은 모해위증에 준해 처벌할 계획이다.
◇ "횡령·배임죄 양형기준, 여전히 미흡해"= 이번 공청회에 참석한 각계 전문가들의 반응은 '무난하다'는 입장이었다. 다만 횡령·배임죄에 대해서는 여전히 이견이 분분했다. 이광수 법무부 형사법개정특별분과위원회 위원은 "배임·횡령죄의 이득액 범주가 지나치게 넓게 설정됐다"고 지적했다.
실무상 이득액의 차이가 선고형량에 큰 반영요소가 되지 않더라도 양형위원회가 제시한 범주는 5억~50억 미만, 50억~300억 미만 등으로 금액간의 범위가 지나치게 넓다는 것이다. 이에 덧붙여 각 감경·가중인자의 인자별 특성을 고려하지 않고 각 인자를 동등한 비중으로 취급하는 것도 문제로 꼽았다. 단순히 몇 개의 인자를 가지고 있는지가 아니라 인자별 가중치를 둬야한다는 것이다. 집행유예에 대한 지적도 제기됐다. 주요참작사유가 2개 이상이더라도 일반참작사유가 다수일 경우에는 집행유예를 결정할 수 있도록 한 것은 결과적으로 양형기준제의 도입취지를 퇴색시킬 우려가 있다는 것이다.
정미화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상임집행위원장 또한 횡령·배임죄 양형기준안에 대해 다양한 문제점을 지적했다. 정 위원장은 "제시된 양형인자가 일관성이 떨어지고 상당수의 감경요소들이 중복적용이 가능하다"며 "본질적인 수정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또한 '실질적 1인회사나 가족회사'를 특별양형인자의 감경인자로 정함으로써 기업소유주에게 지나치게 유리한 결과를 나타낼 수도 있다고 비판했다. 또한 감경요소로 제시된 '실질적 피해액의 상당부분 회복'에 대해서도 양형위가 제시한 2/3이상 회복만으로는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적어도 90%정도의 피해회복이 돼야 피해자 및 국민의 법감정에 맞고 이득액으로 유형을 구별한 만큼 피해액 회복 등의 금액적 기준도 중요하다는 것이다.
또 김영종 서울중앙지검 부부장검사는 "만약 가중·감경인자가 전혀 없는 상황에서 위증범에 대해 선고할 경우 법관의 재량에 따라 6월~1년6월까지 선고할 수 있어 적절한 양형기준으로 볼 수도 없고 양형기준 도입취지에도 어긋난다"고 비판했다. 이 경우 양형위가 제시한 양형기준은 오히려 양형편차를 조장하는 기준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
| 류인하 기자 acha@lawtimes.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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