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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성 피고인에 소송비용 부담 대폭 늘린다
A씨는 지난해 10월 피해자와 말다툼하다 전치 2주의 상처를 입힌 혐의(상해)로 벌금 50만원에 약식기소됐다. 증거가 명백한데도 A씨는 정식재판을 청구한 뒤 피해자와 목격자를 잇따라 증인으로 신청했다. A씨를 기소한 제주지검은 "혐의가 명백한데도 A씨가 약식명령에 불복해 정식재판을 청구하고 불필요하게 증인들을 법정에 불러내 공판절차를 지연시켰다"며 "A씨에게 소송비용 전액을 부담시켜야 한다"고 법원에 청구했다. 법원은 이를 받아들여 A씨에게 벌금 50만원과 함께 국선변호인 선임료와 증인여비 등 소송비용 40만4000원을 부담하라고 판결했다. 제주지검 관계자는 "지역 특성상 육지에 거주하는 증인을 소환하는 경우 증인에게 큰 불편을 초래할뿐만 아니라 항공료 등을 실비로 지급하는 증인여비가 고액"이라며 "A씨가 불필요한 증인을 마구잡이로 신청한 만큼 이에 소모된 국가예산의 일부분을 A씨에게 부담시킬 필요성이 컸다"고 말했다. 분묘발굴 혐의로 지난해 12월 불구속 기소된 B씨도 마을주민과 토지 임차인 등 4명을 잇따라 증인으로 신청했다가 징역 6월에 집행유예 2년이라는 유죄 판결과 함께 소송비용 27만2000원을 부담하라는 선고를 받았다. 형사재판에서 유죄를 선고받는 피고인에게 소송비용을 부담시키는 판결이 최근 급격하게 늘고 있다. 피고인이 부담해야하는 소용비용은 적게는 수만원에서 많게는 수백만원에 이른다. 유죄가 명백한 상황인데도 불필요한 증인신문이나 감정 등을 무분별하게 신청해 재판을 고의로 지연시키는 방어권 남용 사례에 철퇴를 가하겠다는 취지다. 피고인이 재판과정에서 '밑져야 본전'이라는 식으로 방어권을 남용하던 관행에 제동을 걸 수 있을지 주목된다. 8일 법원과 검찰에 따르면 지난해 말부터 6개월간 법원이 검찰의 청구를 받아들여 피고인에게 형사소송비용을 부담시킨 판결이 386건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12월 43건, 올 1월 56건, 2월 49건, 3월 37건에서 4월 85건, 5월 116건 등이다. 월평균 64.3건 꼴인데 최근들어 급증 추세를 보이고 있다. 형사소송비용 부담 재판은 민사재판과 유사하게 형사재판의 소송비용을 누가 부담할 것인가를 정하는 재판을 말한다. 형사소송법 제186조 등에 근거가 있다. 형소법은 '형을 선고할 때 피고인에게 소송비용의 전부 또는 일부를 부담하게 해야 한다'고 규정해 피고인의 소송비용부담을 원칙으로 하고 있다. 다만 예외적으로 피고인의 경제적 사정이 좋지 않을 경우에는 소송비용을 부담시키지 않아도 되도록 하고 있다. 하지만 법원은 그동안 대부분의 재판에서 단서조항을 적용해 소송비용재판을 거의 하지 않아 '피고인의 소송비용부담 원칙'을 규정한 법조항이 사문화됐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지난해 1~7월 피고인이 형사소송비용을 부담한 경우가 18건에 불과하다. 그러나 최근들어 법원이 피고인에게 유죄판결을 하면서 소송비용을 피고인에게 부담시키는 사례가 증가하면서 이 법조항이 생명력을 얻고 있다. 이같은 판결 경향은 검찰이 위증이나 불필요한 정식재판 청구나 증인·감정 신청 등을 통해 재판을 고의로 지연시킨 피고인에 대해 구형단계에서 재판부에 소송비용부담에 대한 재판을 해 줄 것을 적극 요청하고 이에 대한 집행도 강화하겠다는 입장과 맞물려 앞으로 더욱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대검찰청은 지난해 8월 △피고인이 오직 벌금을 감경받을 목적으로 정식재판을 청구하고 불필요한 증인신문 등이 이뤄지게 해 소송비용을 발생시킨 경우 △피고인이 위증을 교사해 증인이 위증을 한 경우 △피고인이 공소사실을 부인하면서 불필요한 감정을 청구한 경우 △증인·감정인 신문기일에 정당한 이유 없이 피고인이 불출석한 경우 △식품위생법 위반 등으로 단속돼 약식명령이 발령됐으나 영업정지 등의 행정처분을 막거나 지연시킬 목적으로 정식재판을 청구한 경우 등에 대해서는 낭비된 소송비용을 피고인이 부담하도록 재판부에 적극적으로 의견을 내라고 전국 검찰청에 지시했다. 법원이 피고인에게 부담시킬 수 있는 소송비용은 크게 세가지다. 형소법과 형사소송비용등에관한법률에 따르면 증인·감정인·통역인 또는 번역인의 일당·여비 및 숙박료, 감정인·통역인 또는 번역인의 감정료·통역료·번역료 기타 비용, 국선변호인의 일당·여비·숙박료 및 보수 등이다. 항소나 상고 자체만으로는 비용이 발생하는 것이 아니므로 상소를 했다는 이유만으로 소송비용을 물게 되지는 않는다. 재판부는 형을 선고할 경우 피고인에게 이들 비용 전부 또는 일부를 부담하게 해야 한다. 구체적인 소송비용액수를 산정해 선고할 수도 있지만, 통상 '소송비용 전부' 또는 '소송비용중 5분의 4'와 같은 형식으로 선고된다. 이 경우 구체적인 금액산정은 소송비용집행을 맡는 검찰이 한다. 검찰은 재판부에 소송비용자료 등을 확인하고 구체적인 액수를 산정한 다음 집행에 들어간다. 이에 따라 피고인이 내야할 소송비용은 적게는 수만원 혹은 수십만원에 머물수도 있지만, 감정료의 경우 상황에 따라 수백만원이 될 수도 있다. 검찰은 일단 피고인의 자진납부를 통보하지만, 자진납부하지 않을 경우 형소법 제477조3항에 따라 국세징수법에 따른 체납처분집행방식을 통해 강제징수하게 된다. 한 부장판사는 "불필요한 증인 등을 신청하면서 무조건 혐의를 부인하는 피고인들을 심리하다 보면 결국 '모 아니면 도니까 한번 (청구)해봤다'는 식이 많다"며 "한정된 사법자원의 합리적 배분이라는 측면을 고려할 때 지나치게 고액을 부담시켜 피고인의 방어권을 위축시키지 않는 범위내에서는 무분별한 재판지연으로 인한 물적·인적 자원의 낭비에 대한 책임을 당사자에게 지우는 것이 정의관념에 부합한다"고 말했다. 서초동의 한 변호사는 "고의적인 형사재판 절차 지연과 불필요한 혈세 낭비 등을 방지한다는 측면에서 긍정적"이라며 "다만 사회 취약계층이 상당수인 피고인들이 자칫 헌법상의 기본권인 재판 받을 권리를 침해받지 않도록 주의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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