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ㆍ작성자	법률신문
ㆍ작성일	2010-10-04 (월) 10:22

겨우 전·현직 검사 4명만 기소… '특검 무용론' 다시 고개

겨우 전·현직 검사 4명만 기소… '특검 무용론' 다시 고개
'스폰서 검사' 의혹 특검수사 결산

‘스폰서 검사’ 의혹을 수사하기 위해 지난달 5일 출범한 민경식 특별검사팀이 28일 최종 수사결과를 발표하며 55일간의 일정을 마무리했다.

하지만 특검팀은 이날 한승철 전 대검찰청 감찰부장을 포함한 전·현직 검사 4명을 뇌물수수와 직무유기 등의 혐의로 기소하는데 그쳤다. 의혹의 진원지이자 핵심인물이었던 박기준 전 부산지검장에 대해서는 공소시효가 지났으며 증거가 없다는 이유로 무혐의 처분했다. 새롭게 제기됐던 강릉지청 검찰수사관 등의 비위의혹에 대해서는 범죄혐의를 입증하는데 실패해 관할 지검에 사건을 인계하기도 했다. 결국 검찰진상규명위원회의 조사결과에서 한발짝도 더 나가지 못한 셈이다. 24억원의 국가예산과 파견 검사 등 67명의 대규모 수사인력을 투입한 결과 치고는 초라한 성적표다.

이에따라 법조계에서도 특검무용론이 다시 고개를 들고 있어 특별검사제도 전반에 대한 재검토와 대책이 마련될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 전·현직 검사 4명 기소, 의혹 핵심 박기준 전 검사장은 무혐의 ‘혈세만 낭비’= 민경식 특검팀은 이날 한승철 전 검사장과 현직 부장검사 2명, 평검사 1명 등 전·현직 검사 4명을 뇌물수수와 직무유기 혐의 등으로 기소했다. 앞서 지난 16일 강남 룸살롱 향응수수사건과 관련해 뇌물 혐의로 기소된 전직 검찰수사관 등 5명을 포함하면 특검팀이 기소한 피고인은 모두 9명이다.

특검팀에 따르면 한 전 부장은 지난해 3월 부산의 한 식당에서 제보자인 건설업자 정모씨로부터 40여만원 상당의 식사를 대접받고, 같은 날 M룸살롱에서 100여만원의 향응과 현금 100만원을 받는 등 총 240여만원의 수수한 혐의다. 한 전 부장은 또 대검 감찰부장으로 재직 중이었던 올해 1월 김모 대검 감찰1과장에게 자신이 거론된 고소장과 진정서가 접수된 사실을 보고받은 후 검찰총장에게 보고하지 않은 채 사건을 부산지검에 하달해 직무를 유기한 혐의도 받고 있다. 기소된 3명의 현직 검사들도 정씨로부터 향응을 받고 정씨 관련 사건에 영향력을 행사하거나 접대사실을 폭로하는 고소장을 묵살한 혐의 등을 받고 있다.

하지만 특검팀은 정작 의혹의 핵심 진원지인 박기준 전 검사장에 대해서는 공소시효경과와 증거가 없다는 이유 등을 들어 무혐의처분했다. 특히 박 전 검사장이 정씨로부터 받은 진정서를 상부에 보고하지 않은 부분 등에 대해서는 절차대로 처리했으며 수사권에 대한 방해가 현실적으로 발생하지 않아 직권남용죄가 성립하지 않는다고 밝히기도 했다. 진정서 묵살의혹을 받고 있는 황희철 법무부차관과 향응수수의혹이 제기된 현직 검사장 2명도 각각 무혐의, 내사종결 처분됐다.

특검팀은 또 검사들이 정씨로부터 성접대를 받았다는 의혹에 대해서도 증거를 찾지 못해 모두 무혐의 처분했다.

인사청탁의혹 등이 제기된 부산지역 전·현직 경찰관 4명과 정씨 또는 정씨 동생으로부터 향응 등을 받았다는 의혹이 제기된 전·현직 판사 2명은 수사를 종결하지 않고 부산지검에 사건을 인계했다. 강릉지청 검찰수사관 비위의혹사건도 관할인 춘전지검에 넘겼다.

◇ 정치권 이해관계에 따른 특검 ‘실패 예견’, 대법원장 특검후보 추천 삼권분립훼손 비판도= 이번 특검은 검찰조직의 잘못된 관행으로 남아있는 스폰서 문화를 뿌리 뽑겠다는 명분을 내세웠지만, 사실 이면에는 지난 6월 실시된 전국동시지방선거를 앞두고 서로 민심을 잡으려는 여야의 정략적 계산이 깔려 있어 출범 초기부터 실패가 예견되기도 했다.

노명선 성균관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특별검사제도의 목적이 수사기관 내부의 비위나 고위 공직자의 비리사건을 효과적으로 수사하는 데 있어야 하는데 이번 특검의 경우 정치권에서 선거용으로 무리하게 들고나온 측면이 없지 않다”고 지적했다.

검찰진상규명위원회에 참여했던 하창우 변호사는 “정치권이 선거직전에 표를 의식해 정책적으로 특검 도입합의를 발표하다보니 선거를 마치고 어쩔 수 없이 특검을 실시한 측면이 있다”며 “필요에 따라 정치권이 특검을 남발할 것이 아니라 정말로 검찰의 공정성을 기대할 수 없을 때만 신중히 실시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번 특검법(검사등의불법자금및향응수수사건진상규명을위한특별검사의임명등에관한법률)이 특별검사 후보 추천권자로 대법원장을 지목한 것도 비판의 대상이다. 헌법이 정한 삼권분립원칙에 어긋난다는 뜻이다. 대법원장이 특별검사를 추천한 것은 지금까지 총 9차례의 특검 중 사할린유전특검과 BBK특검에 이어 세번째다.

◇ 법조계, 고개드는 특검 무용론= 철저하게 의혹이 해소될 수 있을지에 대해 ‘혹시나’하는 기대감을 가졌던 법조계에서는 다시 특검무용론이 고개를 들고 있다.

임지봉 서강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특검은 이번 사건처럼 검사 스스로가 수사대상인 사건 등 검찰의 공정한 수사를 기대하기 힘들 때 국회에서 매번 법률을 제정해 운영하는 제도”라며 “하지만 특별검사와 특별검사보 등 몇몇 구성원만 검찰 이외 직역의 출신이고 실제 수사를 담당하는 수사진은 여전히 파견검사나 검찰수사관들이 대부분이어서 실질적으로 검사에 의한 수사와 기소라는 한계점을 여전히 갖고 있다”고 지적했다.

임 교수는 “검사 이외의 조직이 특정사건에 대해 수사하고 기소를 할 수 있도록 검찰이 독점하고 있는 수사권과 기소권을 분산하는 것이 특검제도의 한계를 극복하는 방안”이라며 “공직비리수사처 등을 만들어 고위공직자의 비리 등 민감한 사건을 수사하게 하는 등의 방안을 신중히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도 논평을 통해 “검찰조직에 면죄부만을 부여한 이번 수사결과발표는 허탈함마저 느끼게 한다”며 “역설적으로 이번 특검의 실패가 상설적이고 독립적인 고위공직자 비리수사처의 설치가 반드시 필요하다는 점을 보여준다”고 밝혔다.

이에대해 노명선 교수는 “많은 세금을 투자하고도 뚜렷한 결과를 내놓지 못했기 때문에 특검무용론이 제기되는 것은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면서도 “다만, 특검무용론이 검찰의 수사권과 기소독점권의 분산을 요구하는 것으로 연결돼서는 곤란하며 특검이 제대로된 수사역량을 발휘할 수 있도록 지원할 수 있는 근본적인 대책마련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윤상 기자 lee27@law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