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를 위해 개정안은 우선 금치산·한정치산제도를 성년후견과 한정후견제로 각각 리모델링하고 특정후견과 임의후견제도를 신설했다. 심신상실·심신미약자 등으로 한정된 현행 금치산·한정치산의 요건을 ‘질병, 노령 기타 사유로 인한 정신적 제약으로 사무를 처리할 능력이 지속적으로 결여된 사람(성년후견) 또는 사무를 처리할 능력이 부족한 사람(한정후견)’으로 확대한 것이다. 또 상속 등 일시적 또는 특정한 사무에 대해 도움이 필요한 사람은 본인이나 친족 등의 청구에 따라 가정법원이 선임하는 특정후견인의 도움을 받을 수 있도록 하는 한편, 본인 스스로 후견인과 후견범위를 정해 선임하는 후견계약(임의후견)제도도 신설했다. ‘무능력자’라는 명칭은 ‘제한능력자’로 모두 변경됐다.

피후견인의 행위능력도 대폭 존중된다. 성년후견을 받는 사람의 법률행위는 원칙적으로 취소할 수 있도록 했지만, 일용품 구입 등 일상적이거나 기타 가정법원에서 정한 법률행위는 후견인의 동의없이 독자적으로 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현행 민법은 금치산자의 경우 후견인의 동의를 얻더라도 금치산자가 단독으로 한 법률행위는 모두 취소할 수 있도록 하는 등 금치산자의 모든 법률행위를 취소할 수 있도록 해 거래안전을 해친다는 비판이 있었다.
피한정후견인의 경우에는 한발 더 나아가 원칙적으로 온전한 행위능력을 갖도록 하고 가정법원이 정한 후견범위에서만 후견인의 동의를 얻어 법률행위를 하도록 했다. 특정후견은 피후견인의 행위능력에 아무런 제약이 없으며 후견인의 조력만을 받는다.

후견범위도 지금처럼 재산행위 중심에만 그치는 것이 아니라 치료·요양 등 복리에 관한 사항까지 확대하는 한편, 신체 및 사생활에 관한 사항은 의식불명 등의 사유가 아닌한 원칙적으로 피후견인 본인이 직접 결정하는 것을 원칙으로 했다. 또 정신병원 격리치료 등 피후견인의 신체나 사행활에 중대한 침해를 수반하는 경우 반드시 가정법원의 허가를 받도록 했다.

이와함께 후견인의 법정순위를 폐지하고 가정법원이 본인의 의사를 최대한 반영해 개별적으로 후견인을 선임하도록 개선하는 한편, 피후견인에 대한 보호 강화를 위해 복수의 후견인을 둘 수 있도록 했다.

자연인 외에 법인도 후견인이 될 수 있도록 했다. 후견에 대한 전문적 지식을 갖춘 사람들을 확보하고 있는 전문 후견법인을 통해 후견제도를 활성화하고 전문화를 유도한다는 취지다.

유명무실했던 친족회제도를 폐지하는 대신 후견감독인제도를 도입해 후견인을 실질적으로 감독하도록 하고 후견인과 피후견인 사이에 이해가 대립할 경우 후견인 대신 피후견인을 대리하도록 했다. 특히 임의후견에서 후견감독인 선임은 후견계약의 효력발생요건으로 필수적 사항이다. 성년후견, 한정후견, 특정후견에서는 본인이나 친족 등의 청구에 따라 후견감독인을 선임할 수 있다.

법무부는 30일 개정안에 대한 공청회를 열어 각계의 의견을 수렴한 뒤 오는 12월 국회에 제출할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