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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품도, 짝퉁도 불법… 인형 뽑기방 ‘5000원’의 딜레마
최근 인형뽑기방이 인기이지만 업주들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더 많은 손님을 끌기 위해 5000원이 넘는 정품 캐릭터 경품 인형을 넣어두면 게임산업법 위반에 해당하고, 그렇다고 5000원 미만의 저렴한 짝퉁 캐릭터 인형을 쓰면 저작권법 위반에 해당될 수 있기 때문이다. 게임물관리위원회 따르면 올해 8월 말을 기준으로 전국의 인형뽑기방은 1975개에 달한다. 인형뽑기 게임 기계는 2만266대에 이른다. 지난해 12월(인형뽑기방 863개, 기계 8507대)과 비교하면 8개월 만에 2배 이상 늘어난 셈이다. 울산에서 크레인 게임기 17대를 설치해 인형뽑기방을 운영하는 A씨는 인형뽑기 경품으로 소비자 판매가격 1만원 이상의 인형을 제공한 혐의로 법원에서 최근 벌금 100만원형을 선고 받았다. 게임산업법 시행령 제16조의2 2호는 지급 경품을 소비자판매가격(일반 소매상점에서의 판매가격을 말한다) 5000원 이내의 것으로 제한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같은 혐의로 기소된 서울의 인형뽑기방 업주 B씨에게는 최근 무죄가 선고됐다. B씨는 올 3월 신림동에서 크레인 게임기 21대를 설치하고 소비자 판매가격 1만3900원 상당의 스펀지밥 봉제인형을 경품으로 제공한 혐의로 기소됐다. B씨는 재판과정에서 "25㎝ 크기의 스펀지밥 봉제인형을 개당 4800원에 구입해 인형뽑기 기계에 넣은 것"이라고 주장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 21단독 김태호 판사는 B씨의 주장을 받아들였다. 김 판사는 "해당 인형은 경품용으로 제작된 것으로 시중에서는 판매되지 않는 상품(비매품)으로 소비자판매가격이 존재하지 않는다"며 "최대한 유사한 모양과 크기를 가진 인형의 소비자판매가격을 비교해 유추할 수 밖에 없다"고 밝혔다. 이어 "해당 인형과 유사한 크기의 스펀지밥 인형이 일부 인터넷 사이트에서 4900원에 판매되고 있는데 이 인터넷 판매가를 소비자판매가격으로 평가할 수 있다"며 "검사가 인형의 가격을 책정하면서 비교대상으로 제시한 인터넷사이트에서 1만3980원에 판매되고 있는 스펀지밥 인형은 크기가 30㎝로 이 사건 인형보다 크다"고 판시했다. 대형 로펌의 한 변호사는 "업주들이 인형을 대량으로 구매해 도매로 공급받는 경품가격이 5000원 이내라고 하더라도 현행 법령은 도매가격이 아닌 '소비자판매가격'을 기준으로 한다"면서 "B씨의 경우 변호인이 실제로 4900원에 인형을 구입해 법정에 현출했기 때문에 무죄 판결을 받았지만, 같은 혐의로 기소되는 인형뽑기방 업주들은 인터넷 판매가가 5000원을 초과할 경우 통상 30만~50만원 내외의 벌금형을 선고 받는다"고 설명했다. B씨의 경우 게임산업법 위반 혐의로 기소돼 무죄를 받긴 했지만, 저작권법에 저촉될 소지가 있다는 분석도 있다. 저가의 짝퉁 인형일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업주들은 가격대를 맞추기 위해 정품 캐릭터 인형 대신 짝퉁을 진열하는 사례도 많은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인형뽑기방 업주들은 이 같은 불안한 처지에서 벗어나기 위해 정부를 상대로 항의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업주들은 지난 4월 세종시 문화체육관광부 앞에서 집회를 갖고 "2007년 만든 법에 따른 경품 상한선 5000원은 물가상승률이 반영되지 않아 현실성이 없다"며 "경품 상한을 1만원 이상으로 올려 달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경품 한도를 인상하면 사행성을 조장하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인형뽑기방을 많이 이용하는 청소년들이 과도하게 몰입해 게임비로 많은 돈을 쓰게 될 수 있기 때문에 이용자 보호를 고려해야 한다는 것이다. 서초동의 한 변호사는 "다른 경품 게임물 때문에 인형뽑기의 경품 한도를 올리기 힘들다면 인형뽑기에 관한 법률을 새로 제정하는 것도 한 방편"이라며 "인형뽑기 등 새로운 게임이 건전한 놀이 문화로 자리 잡을 수 있도록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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