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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로 진화하는 법정 증거… 드론서 촬영 동영상까지
"제 땅에 주변통행로가 없다는 사실을 증명하기 위해 드론(무인항공기)을 이용해 공중에서 토지 주변 상황을 촬영한 동영상을 증거로 신청합니다." 지난달 22일 수도권에 있는 한 지원의 법정. 주위 토지 통행권 확인소송을 제기한 원고 A씨가 드론으로 촬영한 8분 분량의 동영상을 증거로 신청하자 방청석이 술렁거렸다. 방청객들은 신기한 듯 호기심에 눈을 동그랗게 떴다. 자신의 차례를 기다리며 기록을 뒤적이던 다른 사건 관계자와 변호사들도 '드론'이란 말에 모두 고개를 들어 A씨를 쳐다봤다. 웅성거리는 법정 속에 법대에 앉은 판사도 잠시 말을 잇지 못했다. '드론을 이용한 증거물이라니….' 살짝 당황하는 빛이 보였다. 판사는 "다른 제반사정에 대한 증거신청 및 사실조회가 필요한 단계여서 제출한 영상물에 대한 검증은 일단 보류하겠다"고 말했다. 드론으로 찍은 영상에 대한 검증 여부는 다음 기일로 연기됐다. 사건 당사자들이 법원에 제출하는 법정 증거가 나날이 진화되고 있다. 차량용 블랙박스 장치가 대중화되면서 목격자가 없는 교통사고 사건 등에서 블랙박스에 촬영된 동영상이 재판의 중요한 증거로 사용되기 시작한 게 엊그제인데 '드론'까지 등장했다. A씨가 낸 소송의 핵심 쟁점인 주위 토지 통행권은 맹지(盲地, 공로에 직접 연결되지 않은 땅)에서 주로 문제가 된다. 토지와 공로 사이에 통로가 없어 주위에 있는 남의 땅을 통행하거나 남의 땅에 통로를 개설하지 않고는 공로에 출입할 수 없는 경우 주변 토지를 지나다닐 수 있는 권리다. 이런 사건에서는 해당 토지에 통행로가 있는지 또는 이를 대체할 통행로가 있는지 여부를 파악하기 위한 위치 현황 확인이 관건이 되기 때문에 사건 당사자들은 이를 증명하기 위해 사진 등의 관련 자료를 증거로 제출하는 경우가 많다. 재판부가 실제 그런지 보기 위해 현장으로 직접 검증을 나가는 경우도 더러 있다. 주위 토지 통행권 사건, 재판부 현장검증 대신 공중촬영 영상으로 도로 막힌 부분 확인 가능 관련법령·선례 없어 고민… 사생활 침해 우려도 그런데 드론을 이용하면 공중에서 이러한 상황을 동영상 등으로 촬영할 수 있다. 한 눈에 토지 상황을 그대로 볼 수 있어 여러 말이 필요 없는 셈이다. A씨도 이같은 점에 착안해 드론을 이용, 자신의 땅이 어떤 상황인지를 찍어 법정에 제출한 것이다. 서울 지역의 한 판사는 "주위토지 통행권 사건의 경우 당사자들이 지금까지는 사진이나 자동차를 타고 이동하면서 촬영한 동영상을 많이 제출해 왔다"며 "드론을 이용한 증거물을 제출했다는 소리는 처음 듣는다"고 말했다. 그는 "드론을 이용하면 평면에서 찍는 것보다 공중에서 찍을 수 있기 때문에 도로의 막힌 부분을 시각적으로 한번에 확인할 수 있다는 이점이 있는 것 같다"고 했다. 하지만 문제는 관련 법령이나 선례가 없다는 점이다. 드론으로 촬영한 동영상을 블랙박스 동영상처럼 틀어보고 검증을 하면 되는 것인지 아무런 지침이 없다. 게다가 드론 자체를 규율하는 입법조차 없어 드론을 이용해 촬영한 동영상이 법적으로 아무런 문제가 없는 것인지도 의문이다. 타인의 사생활을 침해할 우려가 상당하기 때문이다. 서울의 한 부장판사는 "당사자들이 블랙박스 동영상 등을 CD에 담아 증거로 제출하면 재판을 하면서 해당 영상을 틀어보는 방법으로 검증을 하게 되는데 드론으로 촬영한 동영상은 어떻게 해야 할 지 잘 모르겠다"며 "아주 이례적인 케이스이긴 하지만 증거조사 방법에서는 블랙박스 동영상과 유사한 형태로 하면 될 것 같기도 한데 선례가 없어 해당 재판부가 고민을 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드론이 대중으로부터 폭발적인 인기를 끌고 있어 앞으로 이를 이용한 증거제출이나 드론과 관련된 여러 사건이 발생할 가능성이 크다"며 "법원이나 검찰 등도 미리 대응책을 논의할 필요가 있을 것 같다"고 덧붙였다. 업계에 따르면 대략 50만원 정도의 비용이면 드론을 이용한 동영상 촬영이 가능한 것으로 전해진다. 대형로펌의 한 변호사는 "드론에 장착된 고성능 카메라나 센서로 개인정보나 사생활이 침해될 우려가 있지만 아직까지 관련 입법이 미흡한 상태"라며 "드론의 본격적인 상용화 및 관련 분쟁의 발생에 앞서 개인정보 법제와 항공법 등 관련법 체계를 서둘러 정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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