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이 4일 '최순실 국정개입' 의혹 사태와 관련해 발표한 담화에서 대국민 사과와 검찰 수사를 수용하면서 헌정 사상 첫 현직 대통령에 대한 검찰 수사가 가시화되고 있는 가운데 수사 방식을 두고 논란이 일고 있다. 헌법 제84조가 '대통령은 내란 또는 외환의 죄를 범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재직중 형사상의 소추를 받지 아니한다'고만 규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법학계와 법조계에서는 철저한 진상규명과 증거확보를 위해서는 체포·구금·구속을 제외한 압수수색 등의 강제수사도 가능하다는 견해가 우세한 가운데 대통령직의 원활한 수행을 위해 임의수사에 한정해야 한다는 견해도 만만치 않다.

다만 대통령에 대한 수사도 소환조사 보다는 청와대나 제3의 장소에서 진행하는 방문조사 또는 서면조사 방식이 바람직하다는 의견이 많다. 대통령직의 원활한 수행을 보장하고 그 권위를 확보해 국가의 체면과 권위를 유지해야 할 실제상의 필요가 크기 때문이다.

이주원(51·사법연수원 21기) 고려대 로스쿨 교수는 "대통령이 검찰 수사에 동의한 만큼 상대방의 동의를 전제로 하는 임의수사는 모두 가능하다"며 "강제처분 중 압수수색의 경우 법원의 영장이 필요한 만큼 영장이 발부된다면 압수수색도 가능하고, 형사소송법 제108조에 따른 임의제출물 압수도 가능하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다만 체포나 구속은 어떠한 경우에도 현직 대통령 지위에 있는 한 불가능하다"고 덧붙였다.

김재봉 한양대 로스쿨 교수는 "현직 대통령에 대한 형사소추는 불가능하지만 임의수사는 당연히 가능하고, 대통령에 대한 강제수사를 금지한다는 명문 규정도 없을 뿐만 아니라 퇴임 후 형사소추를 위해서는 강제수사까지도 가능하다"면서 "다만 강제수사의 경우 사안이 미묘하기 때문에 자제하되, 대통령의 증거인멸이 명백하게 드러나는 등 긴급한 경우에 한해 제한적으로 해야 한다"고 했다.


"강제수사 금지 명문 규정은 없어…
임의수사는 당연"

민만기(56·20기) 성균관대 로스쿨 교수는 "대통령에 대한 수사도 형소법상 임의수사가 원칙이고 증거인멸 등의 우려가 있다면 압수수색 등 강제수사도 가능하다. 다만 예외적으로 국가기밀과 관련된 부분은 불가능하다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구속의 경우 20일 이내에 기소를 해야 하는데 대통령은 재임중 불소추 특권을 가지기 때문에 기소를 전제로 한 구속수사는 불가능하다"며 "임의수사 과정에서 대통령이 피의자 조사에 불출석했다고 체포하는 것도 안 된다. 방문조사나 서면조사로 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청와대에 대한 압수수색이 박 대통령 관련 수사의 핵심이라는 주장도 나온다.

하태훈 고려대 로스쿨 교수는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비서관에 대한 수사과정에서 검찰의 청와대 압수수색은 (관련자료 임의제출 형태의) 형식적인 것에 그쳤지만, 이번에는 검찰이 직접 청와대에 들어가 압수수색을 해야 한다"며 "다만 국가기밀과 관련된 부분 등이 있다면 청와대 관계자와 협의해 압수수색을 진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조국 서울대 로스쿨 교수도 "대통령 진술에만 의지해 수사할 수는 없다"며 "증거물 확보를 위한 청와대 압수수색이 수사의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현직 대통령에 대한 수사는 소환조사나 방문조사, 서면조사 등 임의수사 형태만 가능하다는 의견도 있다.

한상훈 연세대 로스쿨 교수는 "대통령 재임기간 중 원활한 국정수행을 보장하기 위해 내란 또는 외환의 죄를 범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형사소추를 못하게 하고 있는 취지 등을 고려하면 강제수사도 원활한 국정수행에 장애를 줄 수 있기 때문에 이를 제외한 범위 내에서만 임의수사가 가능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박상기 연세대 로스쿨 교수도 "퇴임 후 기소를 위한 증거 확보 차원에서는 강제수사를 해야겠지만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본다"며 "최근 청와대가 검찰 특별수사본부의 압수수색 영장 강제집행을 승인하지 않았던 것처럼 대통령에 대한 수사도 서면조사 정도로 그칠 것"이라고 예상했다. 서울의 다른 로스쿨 교수도 "강제수사는 불가능하고 임의수사의 범위도 대통령의 의지에 달려 있다"며 "현실적으로 소환조사는 어렵고 방문·서면수사까지만 가능할 것"이라고 했다.


"제3의 장소 방문조사 또는
서면조사 바람직" 주장도

박 대통령에 대한 검찰의 직접적인 조사 시기는 언제가 될 지 점치기 어렵지만 대략 이달 중후반은 넘어야 할 것으로 예상된다. 현 정부 '비선실세'로 지목된 최씨와 안 전 수석, 정호성 전 부속비서관 등 사건 핵심 관계자에 대한 조사가 마무리돼 어느 정도 사건의 윤곽이 구체화돼야 박 대통령에 대한 수사가 의미를 가질 수 있기 때문이다. 검찰 특수본 관계자는 4일 "지금은 진상 확인 내지 수사가 급선무이기 때문에 거기(대통령에 대한 수사 시점)에 대해서는 아무것도 결정된 바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