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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제처 '알기쉬운 법령 만들기 5년백서' 발간
冒認→속인, 暗渠→지하도랑, 假病→꾀병, 申立人→신청인으로 '品種保護를 받을 수 있는 權利를 冒認한 者(이하 "無權利者"라 한다)가 品種保護를 出願한 경우'. 구 종자산업법 제19조의 일부 내용이다. 한문이 많아 읽기가 어렵고, 특히 '冒認'은 '모인'이라는 독음을 알더라도 평소 자주 사용하는 말이 아니여서 뜻을 알기가 힘들다. '품종보호를 받을 수 있는 권리를 자기 것으로 속인 자(이하 "무권리자"라 한다)가 품종보호를 출원한 경우'로 개정된 현행 법률은 한결 읽기가 쉬워졌다. '모인(冒認)'이라는 낯선 말도 '속인'으로 바꿨다. '알기쉬운 법령 만들기'사업의 예다. 법제처(처장 정선태)는 최근 '알기쉬운 법령만들기 백서'를 발간했다. 이 사업은 '의무교육을 받은 국민이면 누구나'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을 목표로 법령 문장을 순화시키는 일이다. 백서에는 2006년부터 지난해까지 알기쉬운 법령만들기 5개년 계획의 과정과 결과물을 담았다. 법제처는 기존 법령한글화 및 법령용어 개선을 함께 포괄적으로 추진해 민법, 형법, 상법을 제외한 나머지 법령의 전부를 쉽게 고치는 알기쉬운법령만들기 작업을 추진해 지난 9월까지 현행 법률 1000여건 중 977건을 정비해 국회에 제출했다. 이 중 753건이 통과·공포됐으며 121건의 법률개정안이 국회에서 개정을 기다리고 있다. ◇ 어려운 한자어를 쉽게= 우선 어려운 한자어를 우리말로 바꾸거나 한자어를 쓰더라도 널리 쓰이는 말로 바꿨다. 법원조직법 제57조2항의 '(이유를)개시하다'는 '(이유를)밝히다'로, 공증인법 제20조2항의 '직인을 개인(改印)하다'는 '직인을 변경하다'로 적었다. 이밖에 '암거(暗渠)'는 지하 도랑으로, '사위(詐僞)'는 거짓이나 속임수로, '가병(假病)'은 꾀병으로 대체했다. 특정 분야에써 쓰는 지나치게 줄여쓴 말도 고쳤다. '임면(任免)'이나 '개폐(改廢)'처럼 법학을 공부한 사람은 알 수 있지만 일반인들은 의미파악이 어려운 용어는 임명과 해임, 개정·폐지 등 원래 단어를 살려 표시했다. ◇ 간결하고 명확한 문장= 단어를 대체하는 것 뿐만 아니라 의미전달을 어렵게 하는 문장의 어순, 조사 등을 고쳐 간결하고 명확한 문장으로 바꾸는 작업도 벌였다. '국가는 제3항에 따른 체육행사에 대하여 이를 지원할 수 있다'는 국민체육진흥법시행령 제5조 제4항은 불필요한 말이 들어가 의미 파악이 어렵다. 이 문장은 '대하여', '이를'을 빼고 '국가는 제3항에 따른 체육행사를 지원할 수 있다'로 개정했다. 군무원인사법 시행령 제15조3항의 '전직시험 및 승진시험은 필기시험의 방법으로 실시한다'는 '전직시험 및 승진시험은 필기시험으로 실시한다'로 바꿨다. 역시 불필요한 단어인 '방법'을 생략한 사례다. 반대로 생략이 지나쳐 뜻이 모호한 문장은 풀어써서 명확히 했다. 항만법 시행령 제83조2항 제3호의 '물건을 1개월 이내 쌓아놓는'은 '물건을 1개월 이내의 기간동안 쌓아놓는'으로 개정했고, 저작권법 제140조의 '이 장의 죄에 대한 공소는 고소가 있어야 한다'는 표현은 '이 장에 규정된 죄는 고소가 있어야 공소를 제기할 수 있다'로 바꾸는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문장이 지나치게 길어 의미전달이 안되는 조문은 '호'나 '목'을 첨가해 짧은 문장 여러 개로 나눠 정리해 가독성을 높였다. 법제처는 법률에 대해서는 상당 부분 정비를 했다고 보고 올해부터는 대통령령 등 하위법령을 고치고 있다. 올해 314건을 정비했고, 2013년까지 연간 400여건씩 1200여건을 손볼 예정이다. 지금까지는 문장을 고치는 데만 주력했다는 지적을 받아들여 표나 그림, 계산식 등 새로운 입법기술을 개발해 반영하는 안도 검토하고 있다. 글만으로 상황 설명이 어려운 도로교통법에 그림을 넣는다든지, 복잡한 조세법률 산정을 간단하게 수식으로 표시하는 방식이다(표 참조). 김진 법제처 법제총괄담당관은 "법령에 그림이나 수식을 넣으면 일반인이 알아보기 쉽다는 장점이 있지만 판결문에 인용하기가 어렵다거나 법조문의 간결성이 떨어지는 문제점이 생길 수도 있다"며 "한국법제연구원에 의뢰한 사업 타당성 검토 용역 결과를 추후 사업에 반영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 국민은 호응= 법제처가 지난해 한국리서치에 의뢰해 16개 시·도의 19세 이상 성인남녀 6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알기쉬운 법령만들기 사업에 대한 면접조사설문에 따르면 조문상의 한자어인 '지득(知得)하다'를 '알게되다'로 바꾼 법제처 안이 이해하기 더 쉽다는 응답이 93.2%였다. 일본식 표현인 '신립인(申立人)'을 '신청인'으로 바꾸는 것도 96%를 기록하는 등 법제처가 정비한 표현이 더 쉽다는 반응이 대부분이었다. 반면 '인접하다'라는 고치기 전의 표현이 '이웃하다'라는 정비 후의 표현보다 알기 쉽다는 응답은 49.2%에 그쳐 고친 표현이 어렵다는 의견도 있었다. 일반인들이 부정적인 반응을 보인 사례들은 개정에서 제외했다. 좌영길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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