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눔닷컴

ㆍ작성자	법률신문
ㆍ작성일	2010-07-28 (수) 10:31

수용자 접견 변호사 소지품도 검사
수용자 접견 변호사 소지품도 검사
교정비리 근절책… 비선임 변호인 접견은 2회로 제한
재야법조계 "인격적 모독" 강력 반발

법무부가 이달부터 시행하고 있는 ‘교정비리 근절 종합대책’이 논란이 되고 있다. 종합대책이 수용자를 직접 면담해야 하는 변호사들의 가방을 열어보거나 선임서를 제출하지 않은 변호사들의 접견을 불허하는 등 수용자들의 변호인접견권과 변호사들의 변론권을 제한하는 내용을 담고 있기 때문이다.

법무부가 마련한 교정비리 근절 종합대책에는 △변호인 도착 후 수용자 동행 △비선임 변호인 접견 2회 제한 △변호사 등 모든 정문 출입자들의 소지품 확인 등이 포함돼 있다.

변호사들은 특히 소지품 확인에 인격적 모욕을 느낀다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서울변회 소속 김모 변호사는 소지품 확인이 법률에 근거가 없는 불법적 행위라고 지적했다. 그는 “수색은 정당한 이유나 본인의 동의없이는 강제할 수 없는 것이고 불응하는 경우 변호사의 접견권을 제한한다면 위법부당한 행정처분·불법적 행위에 해당한다”고 비판했다. 또 다른 변호사는 “구체적인 혐의도 없이 수색을 하는 것과 같다”면서 “형사소송법과 경찰관직무집행법상 소지품검사는 특히 엄격한 사유를 규정하고 있는데 교정당국에서 근거없이 시행하는 이유를 모르겠다”고 꼬집었다.

변론권 침해일뿐 아니라 모든 변호사를 잠재적 범죄자로 보는 행위라는 지적도 있었다. 서울변회 정모 변호사는 “마치 변호사에게 보복조치를 하는 것처럼 가방을 열어 보는 것은 모든 변호사를 잠재적 범죄자로 보고 규제하는 것”이라며 “변호사단체에서 강력하게 항의해 조속히 폐지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공개사과를 요구해야 한다는 목소리까지 나온다. 또 다른 김모 변호사는 “소송관련 민감한 서류들이 포함된 내용물을 변호사도 아닌 구치소 근무자가 자신의 손으로 보겠다는 것은 도저히 수용할 수 없는 조치”라며 “변호사회 차원에서 법무부와 구치소에 강력히 항의하고 교정당국의 공개적인 사과를 받아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혔다.

선임서를 제출하지 않았을 경우에 3회 이상 접견을 불허하는 조치에 대해서는 수용자와 가족들의 고충을 전혀 이해하지 못하는 자의적 조치라고 변호사들은 지적하고 있다. 법무부는 2회차 접견신청시에 선임서를 제출하지 않을 경우 접견제한경고를 하고 3회차 접견시에 정당한 사유없이 선임서를 제출하지 않으면 접견을 허용하지 않고 있다.

김모 변호사는 “법무부의 조치는 수용자의 인생에 영향이 있는 형사사건에서 가족과 본인이 변호인선임에 얼마나 고민하고 있는지 실상을 모르는 것이고 특정 사례만을 우려한 매우 자의적이며 기본권 인식이 박약한 조치”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접견제한은 접견교통권을 제한해서는 안된다는 대법원판례(89모37)와 형사소송법의 규정을 무시한 법외적 발상이라고 지적이 높다.

이에 대해 법무부 관계자는 “선임계를 내지 않고 계속 왔다갔다 하는 경우를 제한해야 할 필요가 있고, 선임계 없이 변호사가 출입하면서 부적절한 물품을 반입하는 행위 등에 대한 우려도 반영됐다”면서 “이 사안은 대한변협과 협의해 마련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변호사가 접견실에 도착한 후 수용자를 데리고 오도록 한 조치에 대해서는 변호사들은 대부분 그 취지는 이해한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그동안 일부 변호사들이 예정된 접견시간에 도착하지 않거나 지나고 난 후 도착해 접견이 취소되는 사례가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해당 조치가 약속시간을 성실히 준수하는 대다수의 변호사들조차 피의자가 접견실에 도착할 때까지 시간을 허비할 수 밖에 없어 별도의 추가적인 조치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서울변회 소속 한모 변호사는 “접견신청서를 미리 팩스로 보내지 않고 현장에서 제출하더라도 이를 이유로 접견에 불이익을 주지 말 것과 종전과 같이 1시간 또는 30분 단위로 피의자들을 데려오지 말고 변호인이 도착하는 즉시 피의자를 데려오는 등의 추가적인 조치를 마련한다면 방침을 수용할 수다”고 말했다.

서울지방변호사회(회장 김현)는 이같은 회원들의 변론권침해사례와 의견들을 모아 이를 기초로 법무부 등 관련 기관에 엄중히 시정을 요구할 계획인 것으로 전해졌다.

권용태 기자 kwonyt@law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