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梁대법원장, '전국판사회의 상설화' 요구 전격 수용
양승태(69·사법연수원 2기) 대법원장이 28일 전국법관대표회의 상설화 요구를 전격 수용했다. 전국 단위의 상설 판사 회의체가 생기는 것은 헌정 사상 처음이다. 양 대법원장은 또 국제인권법연구회 학술행사 축소 외압 의혹에 연루된 고위 법관에 대한 징계와 법원행정처 등 현행 사법행정제도에 대한 개선을 촉구한 전날 대법원 공직자윤리위원회(위원장 전효숙 전 헌법재판관)의 권고 내용도 모두 수용해 개혁에 나서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다만 사법부 블랙리스트 의혹 등 법원행정처 사법행정권 남용 사건에 대한 추가 조사 요구는 거부했다. 윤리위도 전날 이 부분에 대해서는 별도의 언급을 하지 않아 "사법부 블랙리스트 의혹은 사실 무근"이라는 대법원 진상조사위원회(위원장 이인복 전 대법관)의 진상조사 결과를 그대로 수용한 바 있다. 양 대법원장은 28일 법원내부전산망인 코트넷에 글을 올려 전국법관대표회의 의결사항 등에 대한 입장을 공식 표명했다. 양 대법원장은 이를 통해 "저 역시 평소 법관들이 사법행정에 더욱 광범위하고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느껴왔다"며 "전국법관대표회의의 논의 결과를 적극 수용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이어 "사법행정 전반에 대해 법관들의 의사가 충실히 수렴·반영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로서 전국법관대표회의를 상설화하자는 결의를 적극 수용해 추진하도록 하겠다"며 "그 세부적인 내용과 절차 등에 대해서는 앞으로 전국법관대표회의와 긴밀히 협력해 나가겠다"고 했다. 양 대법원장은 또 "법원조직의 확대, 법관 수의 증가, 그 구성의 다양화 등 사법환경의 변화에 따라 제1심 재판의 전면 단독화, 법관인사 이원화와 고등법원 부장판사 보임, 법관 근무평정 및 연임제도, 법관 전보인사와 사무분담, 지역법관제, 사법행정권의 적절한 분산과 견제 등 사법조직의 모든 측면에서 기존의 관행 및 제도의 한계와 틀을 뛰어넘는 전면적이고 혁신적인 개선이 필요하다는 점은 우리 모두 공감하고 있는 바"라며 "이와 같은 문제들은 그 자체로서 하나하나 중요한 과제이고, 법조일원화와 평생법관제, 재판 제도 및 심급체계, 기타 법원 안팎의 정책적 변화 등과도 밀접하게 연계되어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자칫 이해관계가 교차할 수도 있는 이러한 문제를 지혜롭게 풀어나가기 위해서는 다양한 직위·경력·세대의 법관들이 한 데 모여 허심탄회하게 논의하고 상호 입장의 차이를 줄여 중지를 모아 나가되, 재판의 수요자인 국민에게도 이해와 공감을 구하며 올바른 방향을 모색해 나가야 할 것"이라며 "향후 사법행정 제도 전반에 관하여 많은 법관들의 적극적인 참여 아래 법관회의에서 자율적이고 창의적인 논의가 이루어지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양 대법원장은 이번과 같은 사태의 재발을 막고 사법행정을 획기적으로 개선하기 위해 법원행정처의 구성과 역할 및 기능 등을 심도 있게 검토하겠다고 약속했다. 또 이번 사태 관련자에 대한 문책도 진행하겠다고 했다. 양 대법원장은 "이번 사안에 대한 객관적인 책임 규명과 평가를 위해 대법원 공직자윤리위에 사안 전체를 부의했고, 그 결과 어제 윤리위는 (이번 사태와 관련해) 부적절한 사법행정권 행사가 있었음을 지적하면서 그에 관여한 법관에 대한 징계청구 등 조취를 취할 것과 재판권을 행사하는 법관들의 의사를 사법행정에 충실히 반영하고 사법행정권의 일탈·남용을 방지할 수 있도록 제도를 개선할 것을 권고했다"며 "윤리위의 이러한 평가와 권고를 존중하고 무겁게 받아들이며 조만간 이에 따른 후속 조치를 하겠다"고 했다. 다만 '사법부 블랙리스트 의혹' 등 전국법관대표회의가 추가 조사를 요구한 사항에 대해서는 사실상 거부 의사를 밝혔다. 양 대법원장은 "진상조사위가 한달 가까이 사법연수원에 상근하며 다양한 방법을 통해 조사를 진행한 끝에 몇 가지 점에서 법원행정처의 책임을 인정하면서도 이른바 블랙리스트 의혹에 관해서는 판사들의 동향을 파악한 별도의 파일이 따로 존재할 가능성을 추단케 하는 어떠한 정황도 찾을 수 없다는 결과를 발표했다"며 "진상조사위 구성의 중립성, 활동의 독립성, 조사위원들의 성실성과 신뢰성을 의심할 사람은 없으리라 믿는다"고 말했다. 이어 "객관적이고 중립적으로 구성된 조사기구가 독립적인 위치에서 자율적인 조사과정을 거쳐 결론을 내렸다면 비록 그 결과에 일부 동의하지 않는 부분이 있더라도 그에 대해 다시 조사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을 것"이라며 "더욱이 충분하고도 구체적인 법적·사실적 근거도 없는 상태에서 법관이 사용하던 컴퓨터를 열어 조사한다면 교각살우의 우를 범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제껏 각종 비위 혐의나 위법사실 등 어떤 잘못이 드러난 경우에도 법관이 사용하던 컴퓨터를 그의 동의 없이 조사한 적은 한 번도 없었다"며 "(이는) 또 다른 논란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면서 추가 조사 요구는 수용하지 않을 것임을 분명히 했다. 진상조사위는 앞서 지난 4월 18일 국제인권법연구회 회장 출신인 이규진 전 대법원 양형위원회 상임위원(현 서울고법 부장판사)이 연구회 소속 판사에게 학술행사 축소를 종용한 사실을 일부 확인했다. 또 법원행정처가 지난 2월 시행하려던 전문분야 연구회 중복가입 해소조치가 국제인권법연구회를 견제하기 위한 조치로 사법행정권의 남용에 해당한다고 결론 내렸다. 하지만 연구회 소속 판사에 대한 인사 보복이나 블랙리스트 의혹은 사실무근으로 확인됐다고 결론 내렸다. 양 대법원장은 진상조사 결과가 발표된 지 엿새 만인 4월 24일 진상조사결과를 윤리위에 회부해 진상조사 과정에서 제기된 제반 문제의 책임을 밝히고 이에 대한 적정한 조치 등을 강구하도록 지시했다. 윤리위는 27일 서울 서초동 대법원 청사에서 4차 회의를 열고 대법원 진상조사위 진상조사 결과 외압을 행사한 것으로 지목된 이 전 상임위원에 대해 징계 청구 등의 조치를 취할 것을 양 대법원장에게 권고했다. 또 당시 법원행정처장이던 고영한(62·11기) 대법관에 대해서는 징계는 아니지만 주의를 촉구할 것을 권고했다. 윤리위는 이와 함께 △진상조사위 조사결과 드러난 법원행정처의 현행 업무처리 시스템의 문제점, 특히 법원행정처 각 실·국의 분장사무나 지휘계통에 따라 업무가 정상적으로 처리되지 않는 점 등에 대한 개선은 물론 △사법행정의 주된 기능이 재판업무가 효율적이고 원활하게 수행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에 있는 만큼 재판권을 행사하는 법관들의 의사가 충분히 반영된 상태에서 사법행정이 이뤄질 수 있도록 제도적인 개선을 추진하고 △사법행정권의 남용·일탈을 방지할 수 있도록 법관윤리 담당 부서의 강화 등 제도적 장치를 마련할 것도 촉구했다. 한편 전국 각급 법원 대표로 뽑힌 판사 100명은 앞서 지난 19일 경기도 고양시 사법연수원에서 열린 전국법관대표회의에서 △국제인권법연구회 학술행사 축소 외압 의혹과 사법부 블랙리스트 의혹에 대한 추가 조사는 물론 △관련 의혹에 대한 대법원 진상조사위원회 진상조사 결과에서 확인된 관련자에 대한 사법행정 참여 배제 등 책임 규명 및 양 대법원장의 입장 표명 요구 △전국법관대표회의 상설화 등 3개 안건을 의결한 뒤 21일 양 대법원장에게 의견 내용을 공식 전달했다. 양 대법원장이 전국법관대표회의 상설화를 수용함에 따라 전국 단위의 상설 판사 회의체 구성 작업은 본격적인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전국법관대표회의는 이날 양 대법원장의 입장 발표가 있기 전 서경환(51·사법연수원 21기) 서울고법 부장판사를 전국법관대표회의 상설화 소위원회 위원장으로 선출했다. 전국법관대표회의는 26일 소위원회 위원 선출을 위한 온라인 투표를 마감하고, 소위 위원으로 10명의 판사를 선출했으며, 이들 위원들이 호선을 통해 서 부장판사를 위원장으로 선임했다. 소위는 30일 위원들끼리 첫 만남을 갖고 향후 활동 계획을 논의할 예정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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