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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호사 법정서 사법사상 첫 감치... 법조계 파란
"재판 방해" "변론권 침해" 대공방 변호사 법정서 사법사상 첫 감치... 법조계 파란 홍성규 기자 cool@lawtimes.co.kr 법정에서 증인을 신문하던 변호사가 유도신문이라는 재판장의 제지에도 불구하고 신문을 계속하다 사법사상 처음으로 감치명령을 받고 구치소에 수감됐다. 이에 대해 대한변협과 서울지방변호사회가 이를 비판하는 성명을 내고 대한변협 임원진이 崔鍾泳 대법원장을 항의방문하는 등 파문이 확산되고 있다. 피고인이나 방청객이 감치명령을 받은 적은 있으나 변호사가 감치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법원조직법 제61조제1항에 의하면 법원은 직권으로 법정내외에서 재판장의 질서유지명령에 위배하는 행위로 법원의 심리를 방해하거나 재판의 위신을 훼손한 자에게 20일 이내의 감치 또는 1백만원 이하의 과태료에 처하거나 병과할 수 있다. 서울지법 형사7단독 孫周煥 판사는 22일 사기혐의로 불구속기소된 서모씨에 대한 공판 도중 재판장의 수차례 제지에도 불구하고 증인에게 유도신문을 했다는 이유로 서씨의 변호인인 金容學 변호사를 감치 10일에 처하고, 서울구치소에 수감했다. 金 변호사는 이에 대해 즉각 항고했으며, 千璣興 서울지방변호사회장과 부회장등 3명이 변호를 맡았다. 항고사건을 배당받은 서울지법 형사항소7부(재판장 梁仁錫 부장판사)는 감치 하룻만인 23일 구속집행정지결정으로 金 변호사를 일단 석방하고 곧 사건을 심리할 계획이다. 金 변호사는 사법연수원 2기로 검사로 임용돼 광주 · 마산지검 부장, 대검 감찰2과장, 부산지검 특수부장 등을 거쳐 93년 변호사로 개업했으며, 孫판사는 金변호사보다 16기 아래인 연수원 18기다. 金 변호사가 변호를 맡은 서씨는 지난해 국민은행과 주택은행이 통합되면서 4백억원 상당의 간판과 로고 교체에 나서자 K 광고회사를 경영하는 대학동창인 백모씨에게 정관계 로비를 통해 이 사업을 수주해 주겠다고 속여 1억4천만원을 가로챈 혐의로 불구속 기소됐었다. ◇감치결정=결정문에 따르면 이날 오전11시40쯤 서울지법 523호 법정에서 속행된 재판에서 金 변호사가 검찰측 증인으로 출석한 피해자 백모씨에 대한 반대신문도중 백씨가 피고인 서씨에게 광고수주를 설득하거나 부탁한 사실이 없다고 이미 증언했음에도 재판부에 미리 제출한 신문사항과는 달리 ‘피고인이 광고수주 로비를 못하겠다고 거절했으나 증인이 설득했다’라는 내용을 포함시켜 신문해 孫 판사에게 1차 제지를 당했다. 孫 판사는 “이미 증인이 그렇지 않다고 답변했고 원래 신문사항에도 없는 내용을 증인이 그렇게 답변한 것처럼 전제해 신문사항에 끼워 넣으려는 것은 부당하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金 변호사가 孫 판사의 지적을 무시하고 신문을 계속하려 하자 孫 판사는 다시 "이 부분을 정리하고 넘어가야 되는 것 아니냐"고 金 변호사를 2차 제지했다. 이에 金 변호사는 孫 판사를 한번 쳐다보고 “생략하겠다”고 답변한 후 백씨에게 “피고인의 또다른 혐의에 대해 검찰에서 이미 무혐의처분을 했지요”라고 물었고, 백씨가 “참고인 이모씨의 소재가 밝혀지지 않아 기소중지가 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답변해 증인신문은 끝났다. 그러나 孫 판사가 金 변호사에게 “아직 무혐의 처분이 내려지지 않은 사실을 알면서 증인에게 ‘무혐의 처분이 내려진 것이 사실인데 그 사실을 알고 있느냐’는 취지로 물어보는 것은 문제가 있는 것 아닙니까”라고 묻자 金 변호사가 " 확인해 보지 않아서 모른다”고 답변하면서 孫 판사와 金 변호사 사이에 10여분간 설전이 이어졌다. 감치재판에서 金 변호사가 “설사 변호인이 무혐의 처분이 내려지지 않은 사실을 알고서도 무혐의 처분이 내려진 사실을 아느냐고 신문하더라도 변론권에 당연히 속하는 것으로 그에 대해 재판장이 개입해 신문을 제한하는 것은 변론권에 대한 침해행위”라고 항변했으나 孫 판사는 “다음 사건들에 대한 재판진행을 방해하고 법원의 위신을 현저히 훼손했다”며 감치 10일의 명령을 내렸다. ◇논란 가중=감치 명령에 대해 대한변협 등 재야 법조계는 ‘변호인의 변론권을 부당하게 제한한 사건’이라고 강하게 반발하고 있는 반면 법원측은 ‘재판진행에 방해가 된다면 변론권도 재판장의 판단에 따라 제한될 수 있다’는 입장도 없지 않아 논란이 가중되고 있다. 대한변협은 23일 성명에서 "金 변호사에 대한 감치명령 사건에 있어서 변호인의 반대신문이 법원조직법상 감치요건에 해당하는지 심히 의심스럽다”며 “대한변협은 금번 사태가 일과성의 사건이 아니라 우리나라 사법 시스템에 잠재한 심각한 문제가 드러난 사례로 보고 즉각 진상조사에 나서 조사결과 직권을 남용하는 등 불법행위가 밝혀지면 책임자가 엄중한 법적 책임을 지도록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서울지방변호사회도 같은 날 성명을 내고 "형사법정에서 변호인이 피고인을 위한 변론을 하지 못하도록 하는 행위는 어떠한 이유로도 정당화될 수 없다"며 "감치요건에도 맞지 않는 변호인에 대한 불법감치처분을 즉각 취소하라"고 촉구했다. 서울지법의 한 형사부장판사는 “원칙적으로 변호인의 변론권은 철저하게 보장되어야 하지만 법정의 재판진행에 방해를 초래하고 법정의 위신이 추락될 위기가 있을 때에는 변론권도 제한될 수 있다”고 밝혔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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