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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대통령 탄핵사유 중 '중대한 법 위반' 여부 집중 심리
국회가 9일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을 가결하면서 박 대통령의 퇴진 여부를 결정하게 될 헌법재판소로 국민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법조계에서는 지금까지 드러난 박 대통령의 실정을 감안할 때 헌재에서 탄핵 결정을 내릴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지만, 국회가 가결한 탄핵소추 사유가 너무 많은데다 탄핵심판은 구두변론을 원칙으로 하고 있어 박한철(63·사법연수원 13기) 헌재소장의 임기가 끝나는 내년 1월 31일 전에 최종 결론이 내려질지는 불투명해 보인다. 이날 탄핵소추안 가결로 박 대통령의 권한은 정지됐고, 황교안(59·13기) 국무총리가 대통령 직무를 대행해 국정을 이끌게 됐다. ◇법조계 "탄핵 인용 가능성 높아"= 헌재가 탄핵 결정을 내리기 위해서는 재판관 6명 이상의 찬성이 필요하다. 헌재는 지난 2004년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 탄핵심판(2004헌나1) 당시 기각결정을 내리면서 "대통령에 대한 파면결정은 국민이 선거로 선출한 대통령의 민주적 정당성을 임기중에 박탈하는 것으로, 국정공백과 국론분열 등 정치적 혼란을 가져올 수 있기 때문에 이에 상응할 수 있는 '중대한 법 위반'이 있을 때에만 가능하다"고 밝혔다. 법조계는 검찰 수사 등으로 지금까지 드러난 최순실(60·구속기소)씨의 국정개입 의혹 등만으로도 헌재가 탄핵 결정을 내리기에 충분하다는 전망이 우세하다. 송두환(67·12기) 전 헌법재판관은 "그동안 보도와 검찰 수사 내용을 비롯해 특검 수사나 국정조사 결과 추가적으로 밝혀질 내용을 고려하면 탄핵 사유는 충분하다"며 "이보다 더한 탄핵 사유를 요구한다면 헌법상 탄핵 규정이 사문화되는 결과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헌법연구관 출신인 노희범(50·27기) 변호사도 "재판관들이 판단해야 할 사항이지만, 여러 개의 소추사실 중 하나라도 대통령을 파면할 정도로 중대한 법률 위반에 해당된다면 탄핵 결정에 이를 수 있다"고 했다. 대형로펌의 한 변호사는 "헌재는 단순한 사법기관이 아니라 헌법을 근거로 고도의 정치적 판단을 하는 사법기관"이라며 "촛불집회 등으로 형성된 국민 대다수의 대통령 퇴진 여론을 헌재가 무시하지 못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헌재가 보수화됐다고 하더라도 거기서 말하는 보수는 헌법과 법률을 지킨다는 의미"라며 "비선실세의 국정개입 등으로 헌법과 법률을 위반한 대통령을 헌재가 보호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하지만 익명을 요구한 한 로스쿨 교수는 "현직 헌법재판관들은 보수적 색채가 강해 의외의 결론을 내릴 가능성도 있다"며 "헌재가 지난 2014년 통합진보당 해산심판사건(2013헌다1)에서 재판관 8대1의 의견으로 인용결정을 내릴 당시와 재판부 구성이 전혀 바뀌지 않았기 때문에 기각될 가능성이 전혀 없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주장했다. ◇최종 결정까지 얼마나 걸리나= 헌재는 국회의 탄핵소추 의결서를 받은 뒤 180일 이내에 결론을 내려야 한다. 하지만 이는 훈시규정이어서 실제 심리기간이 얼마나 걸릴지는 예상하기 어렵다. 2004년 노 전 대통령 탄핵심판 때에는 62일이 걸렸다. 송 전 재판관은 "헌재가 이런 중요한 사건 심리에 180일을 넘기지는 않을 것"이라면서도 "답변서 제출이나 구두변론, 연구보고서 작성, 재판관 평의 등을 하다보면 상당 기간이 저절로 흘러갈 수밖에 없다"고 했다. 그는 "특히 최근 박 대통령 측의 언행 등을 보면 탄핵 심리 과정에서 최대한 시간을 끌 것으로 보인다"며 "헌재가 빨리 결정을 내릴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우려했다. 김종대(68·7기) 전 헌법재판관은 "노 전 대통령 탄핵심판 때는 쟁점이 간단했지만, 이번에는 탄핵사유도 많아 180일로도 부족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그는 "헌재가 일방의 주장에만 동조해 성급하게 결정을 내리는 것도 맞지 않는데다, 박 대통령의 절차적 기본권도 보장해야 하는 등 공정한 재판을 해야 하기 때문에 심리가 언제 끝날지 예측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헌법연구관을 지낸 한 변호사는 "탄핵안에 포함시킬지 여부를 놓고 야당 내에서도 의견이 엇갈렸던 제3자 뇌물죄와 세월호 참사에 대한 부실대응으로 헌법이 보장한 국민 생명권 보호 의무를 위반했다는 점도 탄핵사유에 포함돼 심리가 길어질 수밖에 없다"고 내다봤다. 헌법연구관 출신의 다른 변호사는 "헌재가 재판관과 연구관의 모든 역량을 집중해 최대한 신속한 결정을 위해 노력하겠지만, 아무리 빨리 해도 3개월은 걸릴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는 "박 대통령이 소추사실 가운데 대부분 부인하고 있어 진위 여부를 판단하다보면 노 대통령 때보다는 심리기간이 오래 걸릴 수 있다"면서 "국정 공백 상태에서 대통령의 파면 사유가 명백하고 파면할 정도로 중대한 법률 위반이라면 헌재가 굳이 심리기간을 오래 끌어야 하는 탄핵사실에 대해 판단하지 않고 결정을 내리더라도 잘못됐다고 보긴 어렵다"고 했다. 이에 대해 익명을 요구한 전직 헌법재판관은 "헌재가 심판 절차와 변론 진행 기준 등을 만들어 놓았고, 탄핵의 중대한 사유라고 볼 수 있는 범위 등 핵심 쟁점들이 비교적 잘 정리돼 있다"며 "대통령의 권한 행사가 정지된 국정 공백 상황에 정치적 혼란이 가중되고 있어 헌재가 모든 역량을 동원한다면 신속하게 진행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탄핵심판 변수는= 탄핵심판은 헌법재판관 7명 이상의 출석으로 사건을 심리한다. 이때문에 내년 1월 31일 임기가 끝나는 박 소장과 내년 3월 13일 임기가 만료되는 이정미(54·16기) 재판관 등 2명의 후임 인선도 변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 박 소장과 이 재판관 후임 인선이 정치상황 등에 따라 지연되면 무려 2명의 재판관이 공석인 상태에서 심리를 진행해야 하는 상황이 벌어지게 된다. 탄핵 결정을 하기 위해서는 재판관 6명 이상의 찬성이 필요한데 전체 재판관이 7명인 상황에서 심리를 진행하고 결론을 내리는 것이 과연 합당한 것인지에 대한 의문도 제기될 수 있다. 특히 이 같은 상황에서 재판관 가운데 1명이라도 사고가 발생하거나 사퇴하게 되면 탄핵심판 심리 자체가 중단된다. 김 전 재판관은 "9명이 심리해도 압박감이 높은데, 7명만으로 엄청난 결단을 내려야 한다고 생각하면 굉장한 부담이 될 것"이라며 "남은 재판관들의 압박감은 이루 말할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문제는 박 대통령의 직무가 정지된 상태에서 권한대행인 황 총리가 헌재소장 인선을 할 수 있느냐 하는 점이다. 노 변호사는 "대통령 권한대행은 그 속성상 임시·잠정적인 역할이기 때문에 국민이 선출하지 않은 국무총리 이하 국무위원들이 대통령의 모든 권한을 행사할 수는 없다는 것이 학계의 통설"이라며 "다만 대통령의 부재가 장기화되고 경제·안보 기타 꼭 필요한 사항일 경우에만 예외적으로 불가피하게 적극적으로 인사권 등을 행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탄핵심판 중 '대통령 사퇴' 가능한가= 헌재가 탄핵심판 심리를 하고 있는 와중에 대통령이 자진 사퇴할 수 있는지도 논란거리이지만 법조계에서는 가능하다는 의견이 많다. 국회법 제134조는 임명권자는 (탄핵된) 피소추자의 사직원을 접수하거나 해임할 수 없도록 규정하고 있다. 임지봉 서강대 로스쿨 교수는 "대통령 등 선출직 공무원은 임명권자가 없기 때문에 국회법 제134조는 선출직이 아닌 임명직 장관 등에게만 적용되는 조항으로 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탄핵심판 도중 대통령이 사퇴를 선언하면 국회가 탄핵을 철회하거나 헌재가 심판을 더 진행할 이유가 없다며 사건 자체를 각하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다만, 임 교수는 "헌재가 '위헌 행위가 장래에 반복될 위험이 있고, 그에 대한 헌법적 판단이 헌법 질서의 수호·유지를 위해 긴요한 경우'에 해당하면 최종 결정을 내릴 수 있다고 판례를 통해 인정하고 있다"면서 "박 대통령이 사임하더라도 헌재가 탄핵심판 청구를 각하하지 않고 최종 결정을 내릴 것"이라고 예상했다. 국회 입법조사처도 지난 9일 '대통령 탄핵안 가결 후 대통령직 사퇴 가능여부 검토'를 통해 "학계 다수설은 자진 사임이 가능하다고 보고 있다"며 "탄핵은 헌법침해를 하는 대통령을 더 이상 그 직에 두지 않게 하려는 헌법 수호절차로서, 대통령이 스스로 사임하겠다고 한다면 이를 금지하는 명시적인 규정은 없다"고 밝혔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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