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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스톱 국선변호제도’ 시행 논란
대법원이 오는 3월부터 시행하는 '구속사건 논스톱 국선변호제도'과 관련해 변호사단체들이 "법원의 일방통행식 정책 추진에 반대한다"며 강력 반발하고 나섰다. 변호사단체가 지난해 말 법원의 민사소액사건 범위 확대에 반대한데 이어 구속사건 논스톱 국선변호제도까지 정면 반대하고 나서면서 법원과 변호사단체 간 갈등의 골이 깊어지는 모양새다. 대한변호사협회(협회장 하창우)는 10일 성명을 내고 구속사건 논스톱 국선변호제도 시행에 반대 입장을 밝혔다. 이 제도는 영장실질심사 단계에서 피의자에게 선임됐던 국선변호인이 수사과정은 물론 1심이 끝날 때까지 계속 변호하는 제도로 지난해 9월부터 일부 법원에서 시범운영됐는데 대법원은 올 3월부터 전국 법원으로 확대 시행할 방침이다. 현재 변호인 없는 피의자는 영장실질심사 단계에서는 국선변호인이 선정되지만 심사가 끝난 뒤에는 활동이 종료되며 구속기소된 후 1심 공판이 시작돼야 다른 국선변호인을 만날 수 있다. 구속영장이 발부돼 수사를 받는 단계에서 변호인의 조력이 가장 절실하지만, 개인적으로 따로 변호인을 선임하지 않으면 구속수사 단계에서는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수 없다. 하지만 대한변협은 이 제도가 법원 주도하에서 진행되고 있는 또 다른 국선전담변호사 제도에 불과하다며 변호사를 사법부에 종속시켜 국민의 헌법상 권리인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의 본질을 침해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변협은 "국선전담변호사는 피고인의 실질적 방어권 보장을 위해 변호사가 법원으로부터 직무독립성을 갖춰야 함에도 불구하고 사법부가 그 관리권을 갖고 있어 변호사가 사실상 법원에 종속될 수밖에 없고 결국 피의자·피고인의 권리를 침해한다는 근본적인 문제점을 지니고 있다. 이때문에 우리는 오랫동안 국선전담변호사제도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사법부 주도하의 법률구조제도를 반대해 왔다"면서 "법원의 편의적 운영에 그 본질이 숨어 있는 구속사건 논스톱 국선변호제도를 도입하는 것에 반대한다"고 밝혔다. 이어 "변협은 각종 국가기관에 분산되어 있는 법률구조제도를 통합한 사법지원센터를 정부 출연으로 설립하고 법원과 법무부 등으로부터 독립해 관리·운영하도록 하는 사법지원법안을 제시한 바 있다"면서 "법원은 '법원을 위한 편법'을 쓰지 말고 '국민을 위한 정공법'을 택해 법원 주도하의 현행 법률지원제도를 개혁해 독립적인 제3의 기구에 의한 통일적인 사법지원제도가 도입·운영되도록 노력해 줄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고 했다. 앞서 지난 6일 제주도 서귀포 롯데호텔에서 열린 제14차 전국지방변호사회장협의회(회장 최재호 인천지방변호사회장)에 참석한 지방회 회장들도 대법원이 제도 도입을 즉각 철회할 것을 요구했다. 협의회는 "구속사건 변호의 내실화는 현재 실시하고 있는 영장실질심사 담당 국선변호인제도 내지 그 보완으로도 가능할 뿐만 아니라 제도가 도입될 경우 구속사건 논스톱 국선변호인으로 선정되지 못한 대다수의 변호사들은 관련 사건을 변론할 기회조차 아예 박탈당하는 또다른 문제점도 있다"고 주장했다. 협의회는 특히 "제도를 시행하는 과정에서 직접 이해당사자라 할 변호사가 소속된 전국 각 지방변호사회, 특히 시범실시를 한 지방변호사회의 의견조차 수렴하지 않고 전국 확대 실시를 일방적으로 결정한 것은 절차상으로도 큰 문제가 아닐 수 없다"고 비판했다. 이에 대해 대법원은 이 제도가 현행 국선변호제도의 미비점을 보완해 서민과 사회적 약자의 방어권을 보장할 수 있는 수단이 될 것이라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대법원 관계자는 "제도가 시행되면 과거 구두변론이나 공판중심주의가 어려움 속에서도 제자리를 찾아갔듯 경제력이 없는 사람도 법의 보호를 실질적으로 받을 수 있게 될 것"이라며 "피의자·피고인의 방어권 보장을 위한 형사소송법 본연의 목적이 제대로 실현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법조계에서도 논란이 분분하다. 김정철(41·35기) 법무법인 우리 변호사는 "현행 법률하에서도 피의자 등의 요청으로 1심까지 같은 변호인의 조력을 받는 것은 얼마든지 가능함에도 법원이 논스톱이라는 표현을 쓰면서 국선변호인에 대한 지배력을 강화하고 법원의 재판 진행 편의를 위해 국선변호제도를 이용하려는 측면이 있다"며 "그보다는 국선변호사가 실질적인 변호를 할 수 있도록 국선변호제도를 개선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서보학 경희대 로스쿨 교수는 "피의자가 구속 수사를 받을 때 실질적인 조력을 받게끔 하는 취지라면 적극 환영할 제도"라며 "다만 이 제도가 유효할 수 있는 열쇠는 여기에 참여하는 변호인들이 투입한 시간과 노력에 대한 정당한 보상을 해줄 수 있도록 예산 등이 따라와야 할 것"이라고 했다. 서 교수는 또 "수사·재판단계에서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를 확대하되 실질적으로 국선변호인이 법원의 영향력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하는 논의가 필요하다"며 "재판부의 영향력 아래에 있는 국선변호인들은 법원의 잘못된 재판 진행 등에 대해 이의를 제기하는 것 등이 어려울 수 있다"고 말했다. 장영수 고려대 로스쿨 교수는 "국선변호인제도의 핵심은 어느 정도 유능한 변호사들이 얼마나 성실하게 변호하느냐 하는 것"이라며 "유능한 변호인이 국선변호를 통해 사회에 봉사하는 걸 확산시킬 수 있도록 한다는 측면에서 대법원의 의도에 반대할 이유는 없다"고 했다. 이에 대해 대형로펌의 한 변호사는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를 실효성 있게 보장해줄 수 있다는 측면에서 법원의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제도가 제대로 실현되기 위해서는 그만큼 많은 변호사들의 참여가 필요하다"며 "변호사단체가 반대 입장을 밝힌 만큼 어떤 제도가 국민에게 도움이 될 것인지 양측이 진지하게 소통하고 고민해봐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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