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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화하는 대형로펌 '고문' 역할
대형로펌에서 근무하는 '고문'들의 역할이 진화하고 있다. 이들은 변호사 자격은 없지만 국내외 행정부처나 정치·경제계 등에서 수십년간 일해 전문성으로 무장한 인물들이다. 현재 김앤장 법률사무소 등 6대 대형로펌에만 97명이 근무하고 있다. 과거에는 사건 수임과 해결을 위한 '로비스트'나 '관피아'로 보는 곱지 않은 시각도 있었지만, 최근에는 전문성을 바탕으로 경제분석에서부터 입법지원, 공익활동에까지 영역을 넓히며 로펌의 한 축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법무법인 광장의 캐피탈 경제컨설팅 그룹에서 활동하는 신동준, 홍동표 고문이 치밀한 경제분석을 통해 고객 기업이 공정거래위원회의 제재로부터 벗어나는 데 기여한 사건이 대표적인 사례다. 신 고문은 미국 법무부와 연방통상위원회에서 경제분석가로 활동한 경험이 있고, 홍 고문은 정보통신정책연구원 신성장산업연구실장을 역임했다. 이들은 지난해 계열 영화배급사에 부당한 특혜를 주었다는 이유로 공정위로부터 제재를 받은 멀티플렉스 영화관 A사 사건에서 활약했다. 정규분포 및 표준편차 등을 이용한 경제분석을 통해 공정위 제재의 주된 근거가 된 상영영화의 부당편성에 관한 통계분석에 오류가 있음을 밝혀낸 것이다. 이들의 활약에 힘입어 광장은 '품질 높은 법률서비스를 제공해 A사가 공정위 제재에서 벗어나게 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국회 사무총장(직무대리) 출신인 상원종 법무법인 세종 고문은 오랜 국회 사무 경험을 바탕으로 입법자문그룹의 역량강화에 기여하고 있다. 각종 규제 폐지를 위한 입법자문 사건에서 상 고문은 해박한 입법 절차와 사례에 대한 지식을 토대로 업무에 활기를 불어넣고 있다. 지난 2013년도 국정감사에서 증인으로 소환된 독일의 한 자동차회사의 대표이사를 위해 증인 채택과정과 증인 출석을 위한 준비과정, 증언 결과 발생할 수 있는 다양한 위험과 대처 방안 등을 세종이 성공적으로 자문할 수 있었던 데에는 상 고문의 역할이 컸다. 고문들의 역할은 자문 등에 그치지 않는다. 최근에는 로펌 공익활동으로까지 확대되고 있다. 김병일 전 공정위 부위원장과 오종남 전 통계청장은 김앤장 법률사무소 사회공헌위원회 소속 고문으로 활동하면서 소외계층을 위한 복지법안 제정 가이드라인을 마련하는 등 공익활동에 힘썼다. 이들은 지난 2013년에는 북한의 개성공단 출입금지 조치에 따라 피해를 입은 120여개 입주기업의 피해를 보상하기 위한 특별법안 마련 과정에도 참여해 중요한 역할을 했다. 광장 고문인 최금락 전 청와대 홍보수석도 광장 공익활동위원장으로 다양한 활동을 수행하고 있다. 행정부처 등서 수십 년 근무… 전문성으로 무장 경제 분석·입법지원·공익활동 등으로 영역 확대 법무법인 광장의 홍승진 미국 뉴욕주 변호사는 "고난도의 전문 지식과 경험을 요하는 복잡한 사건들이 늘어나면서 오랜 기간 해당분야에서 전문성을 닦아 온 고문들의 역할 비중이 커지고 있다"며 "과거에 비해 로펌 고문들의 역할이 진화하고 있다"고 전했다. 개정 변호사법 시행으로 고위공직자 출신 로펌 고문들의 명단과 업무활동 내역을 해마다 법조윤리위원회에 제출하게 된 것이 로펌 고문들의 역할에 변화를 유도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2011년 5월 신설된 변호사법 제89조의6에 따르면 퇴직공직자가 로펌 등에 취업한 경우 로펌은 그 즉시 퇴직공직자의 명단을 지방변호사회에 제출해야 한다. 또 매년 1월말까지 퇴직공직자의 전년도 업무내역서를 지방변호사회에 내야 한다. 지방변호사회장은 로펌들로부터 받은 퇴직공직자 자료를 법조윤리협의회에 제출해야 한다. 대한변호사협회 임원 출신인 한 변호사는 "과거 로펌 고문들에 대한 아무런 규제가 없던 시절에는 어떤 고문들이 어떤 로펌에서 활동하고 있는지조차 파악하기 힘들어 불법적인 업무관행이 용인되는 경우가 많았다"며 "어떤 퇴직공직자가 어떤 로펌에 취업해 어떤 업무를 수행하는지 파악하는 게 가능해지면서 로펌들도 고문들의 역할 변화에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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