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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 母女'의 눈물 닦아준 어느 국선전담변호사
꼬박 6년이 걸렸다. 중증 장애를 가진 모녀(母女)를 성폭행해 씻을 수 없는 상처를 준 성폭행범이 죗값을 치르게 되기까지 걸린 시간이다. '피해자 국선전담변호사'와 장애인권 활동가가 모녀의 '입'이 돼 준 덕분에 가능한 일이었다. 2007년 5월 하반신 마비 장애에 알아듣기 힘들 정도로 말이 어눌한 A(당시 42세·여)씨는 가끔 동네를 찾아와 가짜 한의사 행세를 하며 동네 사람들과 알고 지내던 한모(당시 46세)씨로부터 성폭행을 당했다. 그러나 범행은 숨겨졌다. A씨의 유일한 보호자인 어머니가 소문이 나는 것이 두려워 경찰 신고를 포기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런 생각은 한씨를 기고만장하게 만들어 더 끔찍한 결과를 불러왔다. 한씨는 가끔씩 몰래 A씨를 찾아가 기초생활비로 지원받던 40만원을 빼앗아갔고 돈을 주지 않으면 때리기까지 했다. 급기야 A씨의 전동 휠체어까지 내다 팔아 A씨는 거동도 할 수 없게 됐다. 거기서 끝나지 않았다. A씨가 이혼한 남편과 낳은 딸(당시 10세)까지 성폭행한 것. 딸 역시 지적장애인(3급)이다. A씨는 그러나 어머니에게도 이 사실을 알리지 못했다. 한씨의 폭력을 겪을수록 두려움과 충격이 심해져 점점 더 말을 잃은 탓이다. 이후 한씨는 종적을 감췄다. 6년이 지난 2013년 8월에야 경찰이 이 사실을 알게 됐다. A씨 어머니가 6년 만에 다시 마을에 나타난 한씨를 신고했다. 시간이 많이 지났지만 수사는 가능했다. 장애인과 13세 미만 청소년 대상 성폭력 사건은 친고죄가 아니기 때문이다(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제21조3항). 피해자 국선전담변호사인 김종웅(44·사법연수원 34기·사진) 변호사가 피해자들을 도왔다. 그러나 의사소통이 어려워 범행사실을 확인하기가 힘들었다. 피해자들은 말이 서툴고 제대로 교육을 받지 못한 탓에 경찰과 김 변호사의 질문을 이해하지 못했다. 이 때 '장애여성공감 부설 장애여성 성폭력 상담소' 활동가 정미영씨가 모녀의 입이 돼 줬다. 정씨는 매주 한차례씩 찾아와 따뜻하게 대해주자 A씨가 드디어 말을 하기 시작했다. 덕분에 A씨는 자신의 딸이 성폭행당한 사실까지 가까스로 알릴 수 있었다. 오랫동안 잊지도 못하고 말도 못했던 끔찍한 일들을 모두 털어놓았다. 그러나 피해자 진술 외에 뚜렷한 증거가 없는 점이 걸림돌이었다. 한씨의 자백이 필요했지만 그는 경찰에서 절도와 폭행 혐의만 인정하고 성폭행 혐의는 부인했다. 그러나 A씨 어머니가 우연히 "합의를 하자"며 찾아온 한씨에게 합의를 해 주는 척 하면서 받아낸 자백을 녹음해서 김 변호사에게 건넸다. 덕분에 경찰은 한씨를 재판에 넘길 수 있었다. 대전지법 공주지원 형사1부(당시 부장판사 정정미·현 공주지원장)는 지난해 8월 27일 한씨에게 징역 5년과 벌금 100만원, 성폭력범죄치료 프로그램 이수 120시간, 신상정보 공개 5년을 선고했다(2014고합13). 김 변호사와 장애여성공감은 A씨가 범죄피해자보호센터를 통해 쌀과 전기담요, 생계지원비 200만원을 지원받을 수 있게 도왔다. 김 변호사는 "피해자들 사정 때문에 6년 동안 신고를 못했고 뚜렷한 증거도 없었지만 장애인권활동가들의 도움으로 2년여 수사 끝에 피해자 진술을 확보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피해자 국선전담변호사제도는 법무부가 2013년 7월 도입한 제도다. 성폭력이나 아동학대 피해자들에게 수사와 재판 과정에서 신속하고 효율적인 법률지원에 집중한다. 현재 15명의 피해자 국선전담변호사들이 전국 15개 지역 대한법률구조공단과 성폭력·가정폭력 피해자 지원기관인 해바라기센터에서 활동하고 있다. 2013년에는 1056명이, 2014년에는 2916명이 피해자 국선전담변호사의 법률지원을 받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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