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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형 '국민참여재판' 모델 어떻게
배심원 평결에 기속력 부여 여부 핵심 쟁점으로 대법원이 이르면 오는 6월 설치할 예정인 국민사법참여위원회는 앞으로 우리나라에서 시행할 국민참여재판제도를 확정하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국민참여재판은 사법질서에 민주적 정당성을 부여하고 재판의 공정성에 대한 신뢰도를 높이는 데 기여했다는 평가가 있는 반면 판단의 전문성이 떨어지거나 법관으로부터 재판받을 권리를 보장한 헌법에 어긋난다는 지적도 있다. 위원회는 그동안 참여재판 시행 과정에서 드러난 주요 쟁점들을 논의하고 공청회 등을 통해 우리나라의 실태와 문화에 맞는 국민참여재판의 형태를 논의할 예정이다. 논의 과정에서는 배심원 평결에 기속력을 부여할 지가 가장 중요한 핵심 쟁점으로 떠오르고, 배심제와 참심제의 혼합 형태를 취하고 있는 현행 참여재판 형식을 그대로 유지할 것인지와 피고인의 신청이 있을 경우에만 참여재판 방식으로 재판을 진행하는 현 제도를 유지할 지 등도 비중있게 논의될 것으로 전망된다. ◇‘배심원 평결에 기속력 부여’가 핵심 쟁점= 현행 국민참여재판은 배심원단의 결정에 기속력을 부여하고 있지 않다. 국민참여재판의 가장 핵심적인 문제이지만, 위헌 소지가 있기 때문이다. 헌법 제27조1항은 ‘모든 국민은 헌법과 법률이 정한 법관에 의하여 법률에 의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가진다’라고 정하고 있다. 따라서 배심원들의 유·무죄 판단이나 양형에 기속력을 갖도록 하면 법관의 재판권 침해 뿐만 아니라 국민의 재판받을 권리와 관련해 위헌소지가 있다는 지적이 있다. 그러나 임지봉 서강대 로스쿨 교수는 “배심원단의 평결에 기속력을 부여하더라도 미국처럼 판사가 평결 절차상의 하자 등을 발견했을 때 받아들이지 않을 수 있도록 하면 평결 확정에 대해 판사가 권한을 가진다고 봐야 하므로 법관에 의한 재판을 권리를 침해받았다고 볼 수 없다”는 견해를 밝혔다. 또 “배심원단에 의해 확정된 사실관계를 기초로 판결을 내리는 것은 결국 법관”이라며 “위헌 문제가 생긴다면 법률로 시민에 의해 선출된 배심원이나 참심원들에게 참여재판에 한정해 법관에 준하는 지위를 부여하는 것도 방법이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일부 검사들은 미국이 채택하고 있는 전통적인 배심제가 1심의 무죄평결에 대해서는 항소를 못하도록 하고 있어 같은 제도를 도입하면 검사의 항소할 권리가 제한되는 문제점이 있다고 지적한다. 그러나 재경 법원의 한 판사는 “배심원의 무죄평결에 대해 검찰의 항소를 허용할 수 있느냐는 입법사항이지 기속력을 인정하느냐에 따라 수반되는 문제라고 보기는 어렵다”면서 “기속력을 부여하면서 검찰 항소를 허용할 수도 있는 문제”라는 반응을 보였다. 임 교수도 “배심원 평결은 사실심에 관한 부분이므로, 사실심 역할이 1심에서 끝나는 것은 문제라기보다는 현행법에 부합하는 것”이라며 “오히려 2심이나 상고심이 채증법칙을 언급하며 사실심을 언급하는 게 문제가 아니냐”고 반문했다. ◇배심제냐, 참심제냐?= 배심제와 참심제 모두 법률전문가가 아닌 일반 시민들이 재판제도에 참여한다는 점에 공통점이 있다. 하지만 시민의 참여 방식에 있어 두 제도는 큰 차이가 있다. 배심제는 시민권을 가진 시민 가운데 배심원을 무작위로 선발하고 사실 여부의 인정에만 개입한다. 따라서 사실을 기초로 유·무죄만을 판단하며, 판사는 재판 절차의 진행 등 기타 법률적 판단과 결정을 내린다. 배심제를 인정하고 있는 대표적인 국가는 미국이다. 반면 참심제는 시민이 법관과 동등한 위치에서 재판부를 구성한다. 우리와 비슷한 시기에 참심제를 도입한 일본의 경우 법관 3명과 시민 2명으로 재판부가 구성된다. 배심제와는 달리 시민이 법관의 도움을 받아 사실 인정 이외의 법률적 판단에도 개입하게 된다. 대표적인 국가는 독일이다. 배심제는 여론에 따라 정의에 반하는 재판결과가 나올 수 있다는 문제점이 있고, 참심제는 법에 미숙한 시민이 법적 판단을 내려야 하는 자리에 앉게 돼 실질적으로 판단에서 배제될 수 있다는 문제점이 있다. 현행 국민참여재판제도는 배심제와 참심제가 혼합된 형태를 취하고 있다. 배심원단이 재판부와 분리돼 있지만, 양형 토의를 판사들과 같이 하고 유·무죄 평결 때도 배심원들이 법관의 의견을 들을 수 있어 참심제적 요소를 갖추고 있다. 대검 관계자는 “주가조작 사건이나 기업 범죄같은 이른바 화이트칼라 범죄를 떠올리면 쟁점이 많을 뿐더러 내용도 굉장히 어렵다”면서 “국민참여재판, 특히 참심제를 채택하게 되면 참심원들에게 이해를 시켜줘야 하므로 재판에 참여하는 판사나 검사들의 업무가 과중해질 수 있다”고 말했다. 반면 법원 관계자는 “재판참여 국민의 수준을 미리 어느 정도로 짐작해 제도를 만들 필요는 없고 제도를 시행하면서 보완해 나갈 수 있는 부분”이라고 말했다. ◇현행 신청주의 유지할 것인지= ‘국민의 형사재판 참여에 관한 법률’은 원칙적으로 일반재판을 진행하고, 피고인의 신청이 있어야 국민참여재판을 진행하는 신청주의를 채택하고 있다. 반면 주요 모델이 되고 있는 미국식 배심제는 원칙적으로 배심재판이 이뤄지고 신청자가 원하는 때에 한해 법관재판이 이뤄진다. 신청주의 채택시에는 국민참여재판의 저조한 신청 건수를 끌어올리는 방안을 마련하는 것이 과제다. 대법원에 따르면 지난해 처리된 형사합의사건 1만8600여건 중 국민참여재판이 신청된 사례는 490여건에 불과했고, 그 중 절반에 가까운 240여건이 피고인의 신청철회나 재판부의 배제결정으로 일반재판으로 전환돼 250여건만 국민참여재판으로 1심판결이 내려졌다. 현행법은 성폭력사건 피고인이 참여재판을 신청하더라도 피해자가 참여재판을 원하지 않는 경우나 배심원의 생명이나 신체에 대한 침해 또는 침해의 우려가 있는 경우 등을 피고인의 신청을 배제할 수 있는 사유로 규정하고 있다. 이 외에 ‘국민참여재판으로 진행하는 것이 적절하지 않다고 인정되는 경우’라는 모호한 규정을 두어 사실상 재판부가 직권으로 신청을 배제할 수 있도록 해온 게 아니냐는 지적도 있다. 서초동의 한 변호사는 그동안 국민참여재판 비율이 너무 낮았다는 점을 지적하며 “당사자가 원하면 국민참여재판을 받을 수 있도록 하는 방향으로 법을 제정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피고인들이 ‘참여재판을 신청했을 때 득이 될 게 없다’는 부정적인 인식을 가지고 있어 신청률이 낮고 신청하더라도 철회하는 비율이 높은 점도 개선해야 할 점이다. 이밖에 장시간 재판진행으로 인해 판단력이 저하되거나 참여재판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강력범죄 사건의 변호사 수임료가 상대적으로 낮아 사선 변호인들이 수임하기를 선호하지 않는 점 등의 현실적인 문제를 보완하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야 하는 것도 풀어야 할 과제다. 좌영길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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