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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대(法臺)에서] "판사님, 제 말 한번 들어주세요"
[법대(法臺)에서] "판사님, 제 말 한번 들어주세요" 김정민 판사(수원지법 소년부) K군을 내가 처음 만난 것도 물론 소년재판이 열리던 법정에서였다. 엄마는 특별한 이유 없이 아이를 때리고 학대를 하다가 K군이 유년기때 집을 나가 연락이 안 된지 오래였고, K군의 삼남매는 아버지, 할머니와 함께 살아왔다. K군은 중학교 2학년이 되자 학업에 흥미를 잃고 또래 아이들과 오토바이를 훔쳐 타는 등 비행에 빠져 결국 학교를 그만두게 되었으며, 생계유지에 급급한 아버지의 보호능력도 여의치 않아 K군은 보호시설에서 생활하게 되었다. K군은 보호시설에 입소하여서도 초기에 부적응으로 약간의 문제를 일으키기도 하여 다시 나와 법정에서 만나기도 하였으며, 이래저래 나는 법정에서는 물론 보호시설의 공식 방문시나 작품전시회에 초대되어 그 아이를 여러번 대면할 기회를 갖게 되었다. 심리기일에도, 시설에 방문하여 만났을 때도 나는 그 소년에게 하고 싶은 이야기를 할 시간과 여유를 주었는데 K군은 내가 묻는 말에만 겨우 대답을 할 뿐 제대로 자신의 의사를 표현하지 못하였고 그런 것이 표정에 역력히 나타나는 것같아 내심 안타깝게 생각하기도 하였다. 그러던 중 K군의 지능이나 심리상태, 태도, 가정환경 등으로 보아 예후가 좋지 않아 시설위탁 교육을 좀더 연장시킬지 여부에 대한 재판이 열렸고, 나는 다시 K군을 만나게 되었다. 나는 이번에는 작정하고 그의 이야기를 들어줄 생각으로 법정이 아닌 조정실로 불러 아주 가까운 거리를 두고 마주앉았다. 그래도 얼굴이라도 여러번 마주쳤다는 것에 나에게 어느 정도의 친근감을 느꼈던 것일까, 그 아이는 생각외로 자신의 이야기를 진솔하게 풀어나가는 것이었다. “판사님, 제가 하고 싶은 얘기가 있어도 도대체 잘 말을 하지 못하고 마음에만 묻어두는 성격이라서요”라고 시작된 이야기는 나중에는 “판사님, 제가 이 말은 오늘 처음 하는 건데요…”라며 3시간 동안 이어졌다. 거기에는 어린시절 엄마한테 맞고 자란 설움부터 중학교 때 학교를 그만두면서 비행에 빠졌고, 그러다보니 가족들도 무관심하게 되어 그 상실감에 더욱더 방황하게 된 이야기, 이제 조금은 늦었지만 다시 학교를 다녀 가족들을 실망시키지 않겠다는 각오까지 짧은 16년 인생이 고스란히 담겨 있었다. 초등학교 고학년 이후 사실 자기 이야기를 맘껏 해본 적이 없다는 그 소년은 겸연쩍은 듯 수줍은 미소를 지어 보였다. 나는 이날 그 아이 옆에서 그냥 끝날 때까지 이야기를 들어주었고 흘리는 눈물을 한번 닦아 준 것밖에 없었다. 그러나 그것이 그 어떤 보호처분보다도 그 소년한테는 절실하고 필요한 처방이었을지 모를 일이었다. “판사님, 안 믿으셔도 좋은데요, 제 말 한번만 들어봐 주세요.” 학교에 복학하여 교복입고 찾아온다며 돌아간 그 소년의 목소리가 다시금 귓가에 새롭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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