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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참여재판 신청 절반이상 철회
국민참여재판 신청 절반이상 철회 사법참여연구회 학술대회, 피고인들 일단 신청한 후 유·불리 따져 시행 6개월간 전국서 80건 신청받아 10건만 판결 선고 배심원 선정 어려움 많고 양형부당이유 상소율도 높아 국민참여재판이 시행 6개월째를 맞으면서 점차 정착단계로 접어들고 있어나 여전히 해결해야할 문제점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참여재판이 이뤄지는 재판수가 예상보다 적고 검찰의 상소율도 지나치게 높기 때문이다. 특히 참여재판을 신청한 피고인들 가운데 절반 이상이 신청을 철회하고 있어 대책이 마련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서울중앙지법도 지난 3월 성폭행범이 신청한 참여재판에 대해 '배제'결정을 내리는 등 우여곡절끝에 17일 비로소 첫 참여재판을 열었다. 국민의 사법참여연구회(회장 한인섭 서울대 법대교수)가 지난 13일 서울대 법대 서암홀에서 개최한 '국민참여재판 6개월의 현황과 평가' 토론회에서 참석한 현직 판·검사 등 전문가들은 "국민참여재판이 대체로 무난하게 정착하고 있다"며 긍정적인 평가를 하면서도 실무에서 겪는 일부 문제점들을 지적했다. 이날 토론회에는 장상균 인천지법 부장판사와 김수현 부산지검 검사, 김형국 서울서부지법 국선전담변호사, 조은경 한림대 심리학과 교수 등이 발표자로 나섰다. 이어 이영미 변호사, 박근용 참여연대 사법감시팀장 등이 토론을 벌였다. ◇"일단 신청하고 보자"는 관행이 문제 = 장상균 인천지법 부장판사에 따르면 지난 5월 초까지 전국적으로 약 80건의 참여재판 신청이 접수돼 그 중 10건에 대해 판결이 선고됐으며 약 43(53.7%)건에 대해서는 피고인이 신청을 철회하거나 배제결정이 내려져 통상의 공판절차로 재판이 진행됐다. 장 부장판사는 "신청 후 철회율이 매우 높은 수준이어서 실제 왜 신청을 철회했는지를 물어본 결과 '국선 변호인 선정신청처럼 일단 해두는 것이 좋은 것으로 알았는데, 유리할 것이 없어 보여 철회한다'라는 요지의 답변이 가장 많았다"고 공개했다. 그는 또 "참여재판의 경우 공판준비기일로부터 공판기일까지 약 4주간의 시간적 여유가 필요한데 이를 기다리지 않고 빨리 재판을 받겠다며 신청을 철회한 예도 있다"고 덧붙였다. 장 부장판사는 이에 대해 "국민참여재판 신청서는 공소장 부본, 국선변호인 선정 신청서와 같이 송달되며 송달된 날로부터 7일 이내에 결정해야 한다"면서 "피고인들이 변호인이 선임되지 않은 상태에서 일단 신청하고 보자는 생각을 많이 하는 것 같다"고 나름대로 분석했다. 장 부장판사는 또 "합의부가 몇개 없는 지원의 경우에는 각 재판부의 양형이 얼마나 센지가 피고인들이 국민참여재판을 신청하는 가장 큰 고려대상이 아닐까 싶다"며 "국민참여재판 전담이 아닌 다른 재판부의 형량이 높다면 피고인들은 당연히 참여재판 쪽을 신청할 것"이라는 의견도 내놓았다. 김형국 서울서부지법 국선전담변호사는 "변호인의 입장에서는 무엇이 가장 피고인에게 이로울지를 먼저 생각하는것이 당연하다"며 "아동성추행 등의 사건에서는 당연히 신청철회를 권고할 수 밖에 없다"고 사건의 특수성도 신청철회의 원인임을 시사했다. ◇"배심원 선정 어려워"= 실무에서 겪은 배심원 선정과정에 대한 어려움도 논의됐다. 조은경 한림대 심리학과 교수는 "추상적이고 애매한 질문은 정답자의 태도를 추론하기 힘들어진다"며 "참관했던 국민참여재판에서 질문은 대체로 '예/아니오'로만 구성하고 있는데 이런 단답식 질문을 여러개 나열해서 진정한 성향을 판단하기 어려우므로 여기에 이어서 탐색질문을 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조 교수는 이어 "어떤 법정은 판사가 질문시간을 제약하기도 하고, 어떤 법정에서는 판사가 추가로 질문을 하기도 했다"며 "어느 경우든 간에 질문들이 짧고 추상적이었다면 그 결과로 탄생한 배심원단이 과연 내가 만족할만한 배심원단일까하는 만족도에도 의문이 든다"고 꼬집었다. 이에 대해 김형국 변호사는 "구체적으로 질문을 던져서 내가 유리한 배심원을 찾아낸다면 상대방이 반드시 기피를 하기 마련"이라며 배심원 선정 질문의 어려움을 호소하기도 했다. 그러나 조 교수는 "유리한 사람을 찾는게 아니고 불리한 사람을 찾아내 배제하는 것이 타당하고 합리적인 질문이다"라고 조언했다. ◇"배심원후보 답변 진위여부 확인방법 미흡"=배심원 선정단계에서 배심원후보들이 한 답변의 사실여부를 확인할 방법이 미흡하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김수현 검사는 "질문표 상의 답변 내용이 사실인지 여부를 검증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있어야 한다"며 "부산지역에서는 질문표 기재내용의 사실여부 확인을 위해 배심원들에 대한 범죄전력조회 등의 절차를 취하고 있지만 공부상 확인되지 않는 사실은 진위를 가릴 방법이 없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질문표 기재내용 답변 등에 허위내용이 있다면 국민참여재판 제도 자체의 신뢰성에 흠결이 생길 뿐 아니라 적정한 배심원 선정이 원초적으로 불가능해진다"며 "허위답변에는 과태료를 적극적으로 부과하는 등 제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참여재판 대상 확대 검토해야"= 한상훈 연세대학교 법대 교수는 토론시간에 "지금 현재 대상사건 중에는 강력사건이 많은데, 그 이유는 참여재판신청이 폭주할지 전혀 없을지 예상하지 못해 그렇게 만든 것일 뿐이므로 이제는 재산범죄까지 국민참여재판을 할 수 있게 늘이는 것도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또 안성수 검사도 "국민참여재판은 이제 피고인의 권리가 아닌 판단주체로서의 국민의 사법참여로 봐야한다"며 "일본은 이미 실패한 경험이 있어 강제주의로 가고 있고, 미연방도 피고인의 의사가 아닌 검찰과 법원의 동의하에 할 수 있게 하고 있으므로 그 부분에 대한 신중한 검토가 필요할 듯 하다"고 말했다. 박근용 참여연대 사법감시팀장은 "6개월 밖에 되지 않았으므로 신청건수로 실효성을 운운하기는 이르다"면서도 "정부나 법원, 변호사단체의 홍보가 얼마나 됐는지 의문이고, 특히 변호사단체는 사실상 아무런 역할도 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한편 검찰의 높은 항소율에 대해 장상균 부장판사는 "우리나라 국민참여재판의 검사 상소율 일반적으로 높은 편"이라며 "일부 무죄가 선고된 예를 제외하고는 대부분 양형부당을 이유로 한 항소로 '배심원의 감정에 호소하는 재판'이 많았다는 검찰의 평가가 반영된 것으로 생각된다"고 주장했다. 또 제도시행 초기 참여재판이 감성재판으로 흐를 것이라는 우려는 기우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박근용 팀장은 "서부지법에서 소년사건에 대한 재판을 하면서 변호인이 피고인의 불우한 어린시절을 이야기하며 단란했던 가족 사진을 보여준 적이 있었다"며 "그 사진이 긍정여론을 불러일으킬 수 있겠다 싶었는데 배심원들은 의외로 흔들림이 없었다"고 논평했다. 직접 사건을 맡았던 김형국 변호사도 "더 적은 형량이 나올줄 알았는데 다른 공판들과 마찬가지의 범위에 머물렀다"고 인정했다. 엄자현 기자 mini@lawtimes.co.kr Copyright (c) The LawTimes All rights reserved.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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