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양형재량 인정돼야" "양형기준 도입필요
"양형재량 인정돼야" "양형기준 도입필요" 양형위원회 첫 공개 토론회…법원·검찰 신경전 대법원 양형위원회의 활동이 본격화 되고 있는 가운데 우리나라에 적합한 양형기준의 방식을 둘러싸고 법원과 검찰이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법원은 법관의 양형재량을 충분히 인정할 수 있는 방식을 선호하는 반면, 검찰은 법관의 양형재량을 최대한으로 축소하는 방식의 양형기준도입을 주장하고 있어 결과가 주목된다. <▲ 사진설명:양형위원회(위원장 김석수)가 주최한 첫 공개토론회에서 이호중 서강대법대 교수가 ‘우리나라에 적합한 양형기준’에 대해 발표하고 있다. > 대법원 양형위원회(위원장 김석수 전 대법관)는 객관적이고 예측가능한 양형기준을 설정하기 위해 16일 대법원 4층 대회의실에서 판검사와 변호사 등 전문가 등이 참석한 가운데 첫 공개토론회를 열었다. 이날 토론회에는 손철우 법원행정처 형사정책심의관과 이주형 창원지검 검사, 이호중 서강대 법대 교수가 주제발표를 하고 이현종 서울중앙지법 판사, 김현철 대검찰청 검찰연구관, 최승재 대한변협 법제위원, 신주영 변호사 등 법조직역 대표들이 지정토론을 벌였다. ◇객관적 형태의 양형기준 절실해= 이주형 검사는 "우리나라에서도 동종·유사한 사건이 판사 개개인 내지 재판부의 성향에 따라 양형의 편차가 발생하는 것을 제거할 수 있는 양형기준이 필요하다"며 "그러기 위해서는 구체적이고 객관적인 기준을 정립해 판사의 철학 내지 성향이나 외부적 요소가 양형에 영향을 끼치지 않도록 하고 양형에 영향을 끼치는 가중·감경요소에 대한 가중치 부여방안이 명확히 제시돼야한다"며 '망라적-격자형 모델'을 양형기준으로 제시했다. 망라적-격자형 모델은 미국形 양형모델로 모든 범죄의 수준을 정형화된 기준표로 만들어 제시하는 방식이다. 이 방식의 경우 법관의 재량이 최소한으로 축소된다. 예컨대 미국 미시건주의 양형기준처럼 모든 범죄를 '대인범죄·재산범죄·마약범죄·공공안전에 관한 범죄·사회질서에 관한 범죄·공공의 신뢰에 관한 범죄' 등 6가지 유형으로 나눠 양형기준을 정하고 개별 범죄를 각 유형 중 해당하는 범죄에 넣어 판단하는 방식이다. 양형표를 가로축과 세로축으로 나눠 가로축에는 양형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는 범죄전과를 단계별로 기재하고, 세로축에는 범죄의 수준을 단계별로 기재해 가로축과 세로축이 만나는 칸을 형량의 범주로 구분해 계량화·등급화한다. 이 검사는 이 모델을 도입하면 일반인과 피고인도 선고될 형량을 예측할 수 있고, 양형의 일관성이 확보되며, 양형기준의 객관성, 투명성이 담보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최승재 변호사는 지정토론에서 "전관예우 내지 화이트칼라범죄에 대한 관대한 양형은 양형재량 남용의 문제일 뿐"이라며 "양형위원회는 법관의 판단을 돕기 위해 권고적으로 제시하는 것에 그쳐야한다"고 지적했다. ◇"법관의 합리적인 양형결정권은 보장돼야"= 반면 손철우 판사는 "양형기준제의 도입은 법관의 양형재량에 대한 제한을 전제로 하지만 양형기준에서 제시하는 형량의 범위를 지나치게 좁히거나 양형의 과정을 기계화해 법관의 재량을 필요이상으로 재한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주장했다. 또 그는 "양형편차의 해소가 법관의 양형에 대한 합리적인 재량마저 제한하는 것은 아니다"라며 "법관의 합리적 재량보장은 양형의 특수성이 충분히 고려된 적정한 양형을 도출하기 위한 필수불가결한 요소"라고 강조했다. 손 판사는 이 검사의 망라적-격자형 모델은 개별 범죄유형별로 고유하고 특수한 양형인자를 충분히 반영하기 어렵고 구체적으로 타당한 양형을 어렵게 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범죄를 유형화해 권고적인 형량을 제시하되 개별 양형인자에 대해서는 계량화하지 않는 영국形 '개별적-비계량화'모델을 제시했다. 예컨대 각 범죄유형별로 개별적인 양형표를 만들고 양형의 감경·가중인자를 제시하지 않거나 단순히 나열해 법관의 재량에 맡기자는 것이다. 이같은 방법은 양형의 균등성, 일관성, 예측가능성이 낮다는 단점이 있다. 손 판사는 이런 문제점을 해결하기위해 "양형인자를 질적으로 구분해 3단계 또는 5단계로 형량의 등급을 만들어 보완할 수 있다"고 말했다. 범죄를 유형화해 법정형을 세분화하고 개별 양형인자를 질적으로 명확하게 구분하면서도 개별 양형인자와 양형의 상관관계를 계량화하지 않는 방법으로 법관의 재량을 보장하자는 것이다. 그러나 김현철 대검연구관은 "개별적 양형기준으로는 각 범죄간의 경중을 알 수가 없고, 경합범의 경우 구체적 처리기준을 제시할 수 없다"며 망라적 모델의 도입을 주장했다. 또 "비계량식이 우리나라의 양형문제점을 개선할 수 없는 양형기준이라는 것은 양형기준에 조금만 관심있는 사람이라면 잘 알 것"이라며 "'투명하고 예측가능한 양형기준 수립'으로 국민의 예측가능성을 높인다는 목적이 비계량화로 가능할지 궁금하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절충식 '개별적 격자·서술형'모델도 대안으로 제시돼 = 이호중 교수는 '개별적 격자·서술형' 모델을 대안으로 내놓았다. 즉 이 검사가 제시한 망라형 모델은 범죄 유형별 특성 및 구체적 타당성을 기대하기 어렵고 각 범죄유형별 차이를 무시하는 방식으로 설정될 수 있고, 손 판사가 제시한 비계량화는 양형편차의 해소, 양형의 일관성 확보에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특히 비계량화를 채택한 영국의 경우 양형기준이 가중구성요건의 법정형을 조정하는 정도의 효과밖에 없다는 점을 지적했다. 이 교수는 따라서 개별형·격자형 모델을 통해 합리적인 양형기준을 설정하고 주요 양형인자에 대한 계량화를 통해 각 범죄유형 내에서는 양형의 일관성 및 균등성을 확보하고 예측가능성을 높일 수 있다는 것이다. 또 서술형을 보완적으로 도입해 격자형으로 인해 생길 수 있는 형면제의 불합리성을 해결하겠다는 주장이다. 예를 들어 자수범의 경우 임의적 감면을, 중지미수는 필요적 감면을 할 수 있도록 형면제제도를 두고 있지만 격자형에서는 적용이 곤란함 점을 해소한다는 것이다. 한편 김석수 위원장은 인사말을 통해 "양형기준의 설정은 수십 년 간 지속된 오랜 관행을 바꾸고 형사사법의 새로운 지평을 여는 중차대한 일이며 조심스럽게 진행해나가야할 일"이라며 "양형위원회를 통한 합리적이고 적정한 양형의 실현이야말로 진정으로 국민을 위한 사법으로 거듭나는 밑거름이 됨을 인식하고 열린마음으로 우리의 생각을 가감없이 밝히고 많은 사람들의 의견을 수렴하는 투명한 과정을 거쳐 국민의 요구에 부응하는 양형제도 마련을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류인하 기자 acha@lawtimes.co.kr Copyright (c) The LawTimes All rights reserved. |
| 
|
